제 고향은 필리핀 일로일로주에 속한, 인구 5만여 명의 작은 도시 ‘사라’입니다. 고향 주민들은 ‘힐리가이논어’라는 언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비교적 최근에 학교를 졸업한 젊은 층은 공용어인 필리핀어를 70퍼센트 정도 알아듣지만 어르신들은 필리핀어로 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성경에 쓰인 단어는 더 이해하기 어렵지요. 필리핀어나 영어로 진리를 전하기 쉽지 않은, 그래서 아직 시온이 세워지지 않은 이곳에서 제 가족과 친지들이 엘로힘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지키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시온까지 가기 어려운 가족들의 믿음이 떨어지지 않도록 일로일로 시온의 식구가 한 달에 한 번 제 친정을 방문해 함께 안식일 예배를 드립니다. 매년 유월절에는 온 가족이 승합차를 빌려 타고 세 시간가량 이동해 시온으로 갑니다.
가족들이 엘로힘 하나님을 영접하게 된 사연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인과 결혼해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저는 말이 통하는 사람도, 마음을 터놓을 친구도 없어 외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고향에 있는 엄마가 보고 싶어 눈물짓는 날도 많았습니다. 한국에 온 지 3년이 다 되어가는 무렵, 하나님의 교회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이 건넨 “How are you?”라는 한마디가 어찌나 반갑던지, 영어로 조금이나마 대화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분들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아 그냥 듣기만 하다가 ‘그리스도께서 두 번째 나타나신다’는 성경 구절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집안에서 자랐고 교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씀이었으니까요. 게다가 힘들고 지친 마음에 더 절실히 하나님을 찾고 있었던 터라 하나님의 교회 분들이 알려주는 말씀은 제 영혼을 적셔주는 생명수 그 자체였습니다. 또 하나님께서 저를 위해 머나먼 이 땅까지 오셨다는 사실이 크나큰 위로가 됐습니다. 2천 년 전과 동일하게 사람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재림 예수님이 이 시대 구원자라는 사실을 성경에서 확인한 그날, 바로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새 생명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 시간이 날 때마다 시온 식구들과 성경 말씀을 살폈습니다. 하나님의 교회는 다른 교회와 달리 오직 성경을 통해 진리를 알려줘 신뢰가 갔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동안은 세상살이로 고단했던 마음이 편해지는 듯했습니다. 식구들이 영어로 설명해 주는 내용을 듣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영어 성경 구절을 찬찬히 읽어봤습니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영어로 적어 묻고 답하면서 말씀을 깨치느라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확실한 예언을 하나하나 깨달아갔습니다. 신구약 모든 예언에 따라 등장하신 아버지 안상홍님을 향한 믿음이 어느새 가슴 가득 차올랐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하나님에 관한 성경의 예언을 차근차근 살피면서, 우리를 살려주시려 이 시대에 등장하신 하늘 어머니께서 생명의 근원이심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니 제가 한국에 오게 된 데도 저를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이 있었습니다. 시온 식구들을 보내주셔서 참 하나님을 영접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생명의 진리 유월절을 회복해 주신 아버지 안상홍님이 재림 그리스도가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먼저 떠오른 사람은 그립고 보고픈 가족들이었습니다. 한국에 온 뒤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재앙에 관한 뉴스를 접하면서 고향의 가족들이 무사하기를 기도하던 차였기에 하나님의 보호가 약속된 유월절을 깨닫고 어떻게 잠잠히 있을 수 있을까요. 한시라도 빨리 진리를 전하고 싶었지만 마음만 굴뚝같을 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고향 언어는 물론 필리핀어로 번역된 진리책자조차 없었고, 국제전화 요금이 매우 비싸 전화 통화로 말씀을 전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구원하려 이 땅까지 오셨는데, 가족들을 인도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정성이 따르든 그보다는 쉽고 가벼울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 찾은 수단이 카세트테이프였습니다. 하나님께 가족들의 구원을 간절히 구하며, 성령 시대 구원자이신 재림 그리스도를 믿고 유월절을 지켜야 구원받는다는 내용을 정성껏 테이프에 녹음해 가족들에게 우편으로 보냈습니다. 부모님은 테이프를 받고 오랜만에 딸 목소리를 실컷 들을 수 있어 좋아하셨고, 나중에는 확실한 진리에 감동하셨습니다. 저도 막 신앙의 걸음마를 뗀 처지라 진리 말씀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했을 텐데, 하나님께서 가족의 마음 문을 열어주셨던 것 같습니다. 5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마닐라 시온의 목회자가 저희 가족의 침례를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제 고향으로 달려가 주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고향에서 50명이 넘는 가족과 친지가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났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크나큰 선물이었습니다.
가족들이 진정한 천국 가족이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와 기쁨이 넘치면서도 그들이 말씀 공부를 꾸준히 할 수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1년 뒤 일로일로에 하우스처치가 세워지면서 현지 시온 식구를 통해 조금이나마 진리 말씀을 배울 수 있었지만 믿음이 연약한 가족들이 혹여나 이전의 그릇된 신앙으로 되돌아갈까 늘 노심초사였습니다.
다행히 친정엄마는 한국에 와 말씀을 살필 기회가 있었습니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까지 세 차례 한국에서 지내며 성경 공부도 하고 규례를 지켰습니다. 엄마는 다윗의 위에 관한 예언 등을 통해 재림 그리스도에 대한 확신을 얻었고, 다니엘과 요한계시록의 예언을 통해 참과 거짓을 분별했습니다. 다른 친지들 또한 느리지만 조금씩 믿음이 성장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필리핀어와 영어로 진행되는 예배, 제가 부쳐준 필리핀어 책자 등을 통해서만 진리를 접할 수 있는 여건에서도 가족들이 20년 넘게 신앙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최근에는 하나님의 교회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필리핀어 영상도 도움이 됩니다. 아직도 고향에는 인터넷 사용이 원활하지 않지만, 인터넷 사용이 가능할 때 영상을 시청하고 너무 좋았다는 엄마와 조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감사함이 샘솟습니다.
지치지 않는 열정과 확고한 믿음으로 가족들을 계속 인도할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말씀을 살피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전 성도 교육 프로그램이 필리핀어로도 번역되어 영어로 공부할 때보다 깊이 있게 하나님의 가르침을 살피고 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데 중요한 교훈도 얻었습니다. 바로 천국을 준비하는 자가 갖춰야 할 성품에 관한 교훈입니다. 하늘 어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인내가 부족하고 자기중심적이던 성품을 하나님 닮은 성품으로 고치려 노력하고, 시온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선한 행실을 실천하려 힘썼습니다. 항상 밝게 인사하고 좋은 마음 웃는 얼굴로 동료들을 대하며 선한 말, 긍정적인 말을 사용했습니다. 업무를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그러는 사이 4년 정도 일한 직장에서 동료 5명이 시온으로 나아왔습니다. 깊은 성경 지식을 전하지는 못해도 안식일에 관해서만큼은 분명히 알렸습니다. 제가 토요일마다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동료들에게, 성경의 예배일이 일곱째 날 토요일임을 설명하며 시온에 와서 복을 받고 성경 말씀을 더 알아보라고 권했습니다. 시온에 발걸음한 동료들은 안식일을 비롯한 새 언약 진리를 회복해 주신 재림 그리스도를 성경에서 확인한 뒤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났습니다. 지금은 안식일을 함께 지키며 하나님의 축복을 받고 있습니다.
삶은 언제나 고단하고 갖가지 문제가 끊이지 않지만 하늘 부모님께서 좌정하신 시온에 있는 것만으로 늘 행복합니다. 자녀들이 엄마 품을 가장 안전한 곳으로 느끼는 것처럼 하늘 부모님 품 안에서 모든 불안이 사라지고 진정한 위로를 받습니다. 같은 하나님을 믿으며 함께 복받기 위해 노력하는 형제자매들 곁에 있으면 이미 천국에 온 듯 기쁘고 즐겁습니다. 외로움과 향수병으로 몸서리치던 시절이 꿈결처럼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시온에서 누리는 행복이 커질수록 한 가지 소원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바로 고향에 하나님의 교회가 세워지는 것입니다. 고향에 있는 가족과 친지들이 믿음을 굳건히 세우고 복음 길을 완주하려면 가까운 거리에 시온이 절실합니다. 그래서 가족·친지들과 한마음으로 하나님께 시온 건설을 간구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그러했듯, 이 기도 또한 반드시 이뤄주실 줄 믿습니다.
아직도 진리를 알려줄 친척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친정을 방문해 남은 친척들과 이웃들에게 말씀을 전하려 합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제게 진리를 전하려 애쓰고 저를 사랑으로 돌봐준 하늘 가족들처럼 저도 어머니 사랑의 마음으로 구원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언젠가 하나님께서 마련해 주실 시온에서 믿음이 쑥쑥 자란 영육 간 가족들과 함께 천국에서 영원한 행복 누리기를 소원하며, 마음과 정성 다해 복음을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