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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그리움을 달래는 소리

2024.09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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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회전하세요.”

    “직진 방향입니다.”

    목적지로 가는 길을 아주 잘 알면서도 언제부터인가 목적지 주소를 굳이 입력해 내비게이션 안내를 들으며 운전하기 시작했다. 아마 한국어 안내 서비스가 포함된 내비게이션을 차에 달면서부터인 것 같다.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지낸 세월이 20년 가까이 되니 이제 하루하루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처음 정착할 때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사방에서 들려오는 낯선 언어로 종일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대화 내용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두뇌 회전을 빠르게 해 대화를 따라가기 바빴다. 그것도 안 되면 아예 두뇌 스위치를 끄고 이해하기를 포기할 때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언어라는 벽 하나를 넘었나 했는데 사고방식과 문화 차이라는 또 다른 벽을 맞닥뜨렸다. 하나님 향한 믿음을 중심 삼고 상대를 이해하며 포용하려 노력하니 외국인을 대하는 일도 이제는 더 이상 힘든 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길을 가다 한국어가 들리거나 마트에서 한국어 노래가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췄다. 반가움인지 설렘인지, 한국어를 듣는 자체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때 알았다. 내비게이션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구태여 크게 켜놓고 운전한 이유를. 귀에 들린 짧은 한국어에 내 마음이 반응하고 위로를 받고 있던 것이다. 한국에서 운전하는 중이라는 행복한 착각을 하며 마음속 그리움을 달랬나 보다.

    우리보다 몇천 배 혹은 몇만 배 하늘 본향을 그리워하실 어머니께서는 어떤 소리로 천국 향한 그리움을 달래고 계실까. 아무리 오래 살아도 적응할 수 없는 이 땅에서 무엇으로 위로받으실까. 그 무엇도 온전한 위로가 될 수는 없겠지만 아마 자녀들의 감사 찬양과 행복한 웃음소리가 아닐까 싶다.

    어머니께서는, 우리가 시온에 모여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리고 시온의 향기를 나누며 웃음 짓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실 때마다 환하게 웃으신다. 하나님 안에서 서로 우애하는 자녀들의 모습이 어머니께 위로가 되어드리길 바란다.

    오늘도 감사의 말, 긍정의 말, 용기 주는 말을 소리 내어 발해 형제자매들과 아름다운 연합을 이루겠다고 다짐한다. 어머니의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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