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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향기

11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찾은 형제

2024.08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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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생 때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했지만 예배만 겨우 드리는 상태로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구했는데 거기서 먼저 일하던 직원이 일하는 법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제가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다독여 주었습니다. 퇴근 후 같이 밥을 먹으며 점점 친해진 저희는 형 동생 하며 가깝게 지냈습니다. 8개월 뒤 아르바이트 장소가 바뀌고 생활 반경이 달라졌지만, 항상 먼저 연락하고 언제 만나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저를 대해주는 형이 참 고마웠습니다.

    그 사이 군 복무를 마친 저는 신앙의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오랜 기간 미뤄뒀던 전 성도 교육 프로그램을 당회 식구들의 관심 덕에 다시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학생 때 배워서 이미 아는 내용들이라 여겼지만 공부할수록 새로웠고 처져 있던 믿음에 힘이 생겼습니다. 기본부터 충실히 하자는 생각이 들어 직장 일로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하나님의 규례를 온전히 지키도록 근무시간을 조정했습니다.

    매일 말씀과 함께하다 보니 이를 주변에 전해야겠다는 열정이 샘솟았습니다. 가장 먼저 형이 떠올랐습니다.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인연이 꾸준히 이어진 데는 분명 하나님의 뜻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형이 구원의 약속을 받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린 뒤 형에게 연락했습니다. 아직 그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으로 한걸음에 찾아가 인사하고, 그 후로도 자주 만나 함께 동네를 산책하거나 추억거리를 이야기했습니다. 얼마 후에는 형에게 성경 발표를 하며 영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설명했습니다.

    그 무렵 형이 한 달 정도 일을 쉬었습니다. 형이 부친과의 관계로 고민하던 것이 생각나 ‘진심, 아버지를 읽다’전에 초대했습니다. 온라인 초대장을 보내주었더니 하나님의 교회를 이미 알고 있으며 지나가다 몇 번 봤다고 했습니다. 워낙 곳곳에 시온이 많은 터라 ‘그렇구나’ 하고 넘겼습니다.

    관람 당일, 전시회를 집중해서 살펴본 형은 ‘유월절’이라는 단어를 보고 알은체를 했습니다. 게다가 자신도 유월절을 지켜봤다며 떡과 포도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겁니다. 형이 하나님의 교회에 다녔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는데, 알아보니 11년 전 이미 침례를 받은 하늘 가족이었습니다.

    반갑고 놀라워서 또 기억나는 내용이 없냐고 물었습니다. 형은 〈최후의 만찬〉 그림을 보는 순간 떠올랐다면서 새 생명의 축복을 받을 당시의 일을 생생하게 말해주었습니다. 형이 친형제처럼 느껴진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저희의 인연이 계속된 이유는 하늘 가족으로 맺어졌기 때문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놀라운 일은 이어졌습니다. 제가 최근 옮긴 소속 당회에서 형을 처음 교회로 인도한 식구를 만난 것입니다. 그분은 매우 기뻐하며 형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형에게 토요일에 교회에 가서 그때 교회로 인도한 분도 만나고 안식일 예배를 드리자고 권했습니다. 형은 잠시 멋쩍어했지만 고심 끝에 그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돌아온 안식일 저녁, 11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한 모습에 괜히 제가 울컥했습니다. 하늘 형제를 다시 만나게 해주신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그날 이후 제 모든 관심은 형에게 향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형이 저를 챙겨주었던 것처럼, 혼자 지내는 형에게 자주 찾아가 같이 맛있는 음식도 먹었습니다. 형은 십자가 가 우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군번줄에 끼워둔 십자가를 바로 빼버렸습니다.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 ‘MEDIA’S VIEWS’(언론전시)를 관람하면서 우리 교회에 대해 더 알아갔고 규례도 꾸준히 지켰습니다.

    형을 보면, 방황하던 저를 시온 가족들이 오래 참고 보살펴주던 때가 생각납니다.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장 40절) 하신 말씀처럼, 형제자매님의 기도와 정성으로 제가 하나님 품에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형도 말씀을 달게 듣고 시온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고민하며 진심을 담아 말씀을 알려주는 동안 한 영혼을 살리시려는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져 더욱 복음 일에 열심을 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희에게 베푸신 사랑에 비하면 미미한 정성이지만 이를 크게 여기시고 모든 상황을 은혜로 이끌어주신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오랜 시간을 넘어 다시 만난 형제와 영원한 천국의 행복을 꼭 함께 누리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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