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학창 시절 기억에는 공백이 있습니다. 엄마에 대한 기억입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엄마는 생계를 위해 타국으로 건너가 일했고, 저는 이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사촌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그 시기에 하나님께서 제게 손 내밀어 주시지 않았다면 제 삶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돌아보면 감사한 일뿐입니다.
20년 전, 처음 하나님의 교회 사람들을 만났을 때 의아함과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성경 말씀을 전하고 있었거든요. 그들이 타국 땅에서 전도하는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재림 그리스도께서 한국에 오셨으니까요.”
이 대답은 놀랍게도 사실이었습니다. 성경에는 하나님께서 동방에 오신다고 분명하게 예언되어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천주교와 개신교 교회에 가봤고, 미션 스쿨에 다녔는데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던 진리였습니다. 말씀을 더 알고 싶어 시간 날 때마다 하나님의 교회를 찾아갔습니다. 당시 아담한 교회에는 스무 명 남짓의 성도들이 있었고, 그중 다섯 명 정도가 한국인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필리핀 전역에 하나님의 교회가 다섯 곳이 안 됐는데, 이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대부분인 필리핀에서 참 적은 숫자였습니다. 그렇지만 교회 규모는 제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교회에는 세상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던 진리가 있으니까요. 예언에 따라 두 번째 오신 예수님을 믿고, 안식일과 수건 규례를 지키는 등 성경 그대로 준행하는 모습에 하나님을 제대로 따른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진리만큼이나 성도들의 행실 또한 감동이었습니다. 시온 식구들은 친형제, 친자매로 느껴질 만큼 정답고 친절했습니다. 하나님의 가르침에 순종하며 하나님을 닮고 싶어 하는 그들이 멋있고 존경스러웠습니다. 초반에는 한국 식구들과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소통하다 보니 답답한 부분도 있고, 문화가 달라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이따금 생겼습니다. 하지만 진리를 배우고 하나님의 사랑을 헤아리는 일에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들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확고했기에 일단은 선지자들이 이끄는 대로 따르려고 했습니다. 시온의 문화와 예절을 배우고 식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오해는 이해가 되고, 하늘 아버지 어머니 안에서 우리가 한 가족임을 확신했습니다.
식구들이 하는 일이라면 저도 따라 하고 싶었습니다. 식구들의 전도 열정은 정말 뜨거웠는데, 필리핀까지 날아온 한국 선교사들은 물론이고 그분들을 통해 진리를 영접한 필리핀 식구들 또한 그랬습니다. 한 영혼이라도 더 살리려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며 저도 가족들에게 진리 말씀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감사하게도 함께 지내는 이모와 사촌들이 금방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축복을 받았고, 하루가 다르게 믿음이 자라났습니다. 그들을 보며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더불어 엄마를 위한 기도가 간절해졌습니다.
엄마는 제 신앙을 인정해 주면서도 하나님의 교회를 잘 알지 못하는 탓에 통화할 때마다 걱정을 내비쳤습니다. 엄마가 교회를 바로 알고 엘로힘 하나님을 영접하기를 매일 기도드렸습니다. 구원의 소식을 가장 전해주고 싶은 사람이 엄마였으니까요. 그 기도는 2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이루어졌습니다. 엄마가 필리핀으로 돌아왔을 때, 엄마가 꼭 하나님의 축복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습니다. 예상외로 엄마의 마음은 이미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시온에서 말씀을 살핀 엄마는 기쁘게 침례를 받은 후 제게 말했습니다.
“너와 떨어지고 싶지 않아.”
필리핀을 떠나 지내는 동안 엄마는 제가 많이 보고 싶으셨을 것입니다. 제가 엄마를 그리워한 마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요. 이 땅에서도, 천국에서도 저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 하는 엄마를 통해 하늘 어머니의 심정이 조금은 헤아려졌습니다. 하늘에서 자녀들과의 이별을 견딜 수 없으셨던 어머니께서는 우리를 찾아 머나먼 이 땅까지 오셨습니다. 아들딸들이 구원받을 수만 있다면 기나긴 고난과 시련도 괜찮다며 달게 감내하십니다. 그런 고통을 겪으실 일말의 이유가 없으신데도요. 어머니의 심정을 알기에 한국 식구들 또한 잃은 형제자매를 찾아 많은 것을 감수하며 말도 통하지 않는 필리핀까지 왔습니다. 그 희생 덕분에 제가 이렇게 시온에 거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를 다시 만나 행복하고, 하늘 부모님을 다시 만나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성인이 된 후에는 본격적으로 복음 일에 열심 냈습니다. 여전히 필리핀 복음은 작고 미약했지만 저희는 환경에 위축되지 않고 열심히 전했습니다. 100개가 넘는 언어, 그보다 수십 배 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에서 언제 모든 사람에게 구원의 소식을 다 전할지 막연해질 때면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복음이 전파된다’는 예언만 바라보며 새 언약 진리를 알리고 또 알렸습니다. 무엇보다 저희에게 힘이 되었던 것은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시온의 복음 성과를 담은 영상이었습니다. 전 세계 식구들의 복음을 향한 열정과 그 성과는 정말 눈이 부시도록 놀라웠고, 저희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습니다. ‘반드시 복음 완성 이루어 어머니께 기쁨 드리자’는, 전 세계 시온 가족들과 같은 꿈을 품게 되었지요.
큰 꿈을 갖되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매 순간 눈앞의 일에 집중하는 사이, 엘로힘 하나님을 사모하는 영혼이 한 명 한 명 찾아지더니 수많은 섬과 도시에 빠르게 시온이 세워졌습니다. 같은 목표, 같은 정신으로 연합한 저희를 기쁘게 여기신 하나님께서 상상 이상의 풍성한 결실을 주신 것이라 믿습니다.
많은 식구를 찾은 만큼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 돌보고 보살피는 역할도 중요했습니다. ‘어떻게 식구들을 잘 인도할까’ 하는 고민은 한국을 방문해 어머니를 뵙고 단번에 해결됐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게 수고해 줘서 고맙다고 하시며 많은 열매를 맺으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부족한 노력을 크게 여겨주시고 힘을 주시는 어머니께 감사했고, 어머니의 사랑을 나누는 것이 영혼들을 양육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한 사람을 사랑으로 보듬는 데는 엄청난 정성이 필요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께서 전 세계 자녀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을 기울이시고 관심을 쏟으시는지 조금이나마 깨달았습니다. 어느새 필리핀에 100개가 넘는 시온이 세워지고 시온마다 많은 일꾼들이 자라나 80억 인류 구원을 위해 헌신할 수 있게 된 것은 오롯이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 덕분입니다.
그 은혜에 감사드리면서 저 또한 식구들을 섬기며 영육 간에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세심히 살피고 돕고 있습니다. 직장 생활이 바쁘더라도 늘 하나님의 일을 최우선에 두고 적어도 하루의 10분의 1은 전도에 사용하고요. 아버지께서는 저희를 위한 천국 잔치를 준비하고 계시고, 어머니께서는 우리의 수고가 헛되지 않다고 응원해 주시니 지치지 않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기억하며, 필리핀에서 당신의 자녀를 찾았다는 기쁜 소식이 날마다 어머니께 상달되도록 복음 일에 쉬지 않고 힘쓰는 자녀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