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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향기

가장 약할 때 찾아온 선물

2026.08.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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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유월절은 유독 특별했습니다. 35년 만에 처음으로 남편과 지킨 유월절이기 때문입니다. 언제 그리도 빨리 시간이 흘렀는지, 나이 칠십이 넘어서야 첫 성찬 예식에 참여하는 남편을 보면서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제가 엘로힘 하나님을 영접한 것은 1990년대 초였습니다. 진리를 찾게 되어 날아갈 듯 기쁜 것도 잠시, 남편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처음에는 어쩔 줄 몰랐습니다. 남편도 저처럼 구원의 소식을 반기길 바랐지만 남편은 교회의 ‘교’ 자도 못 꺼내게 했습니다. 설교 테이프를 듣고 있으면 카세트를 탁 끄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고요. 원래도 하나님이나 천국에 일절 관심이 없는 줄은 알았지만 너무하다 싶을 만큼 제 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제 신앙을 존중해 주기는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그사이 저는 전도자의 사명을 감당하며 하나님께 많은 축복을 받았습니다. 부산 시내에 몇 곳 없던 시온은 어느새 30곳 가까이 세워졌고, 식구들도 달마다 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복음 역사에 미력하나마 동역할 수 있어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항상 남편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은혜롭게 믿음 생활을 시작하는 젊은 부부를 보거나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던 식구들이 가족을 인도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더 안타깝고 답답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니 건강도 하루하루 다르고 남편도 젊을 적 같지 않은 듯해서 몇 해 전부터는 더 간절하게 기도하며 남편에게 유월절을 지키자고 권했습니다. 남편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한 이불 덮고 자는 아내가 수십 년을 이야기했으면 한 번은 못 이기는 척 들어줄 법한데, 사람이 어쩌면 그다지도 달라지지 않는지, 너무 속상해서 다시는 권하지 않겠다며 돌아선 적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있나요. 무심하긴 해도 남편은 수십 년 동안 매일 열 시간 넘게 운전 일을 하며 처자식을 건사해 온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일평생 고생한 남편이 이제는 하나님 안에서 제가 누리는 행복을 함께하길 바라고 또 바랐습니다.

    변화는 생각지 못한 데서 시작됐습니다. 제가 지병을 얻어 수술받은 것이 계기였으니 처음에는 어떤 축복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도 못 했지요. 세월이 쌓이면 아픈 것이 당연한지라 담담한 저와 달리 시온 식구들은 과분할 정도의 위로와 응원을 보내주었습니다. 몸을 보하는 음식을 만들어주는가 하면 수술 후에 발이 시릴까 봐 양말을 챙겨주는 식구도 있었습니다. 마주칠 때마다 꼭 안아주거나 손을 맞잡아 주며 “다 잘될 거예요, 항상 기도하고 있어요” 하고 힘을 북돋아 주기도 했습니다.

    제가 병마를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되어준 그 관심들이 남편의 마음까지 열어줄 줄 누가 알았을까요.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줄도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 챙겨주기가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며 칭찬을 다 했습니다. 남들이 보면 ‘뭐 그 정도 가지고’라고 할지 모르지만, 저는 남편이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남편을 위해 더욱 간절히 기도를 올리던 중에 다시 유월절이 다가왔습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확신을 가지고, 함께 유월절을 지키고 축복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전했습니다. 정말로 달랐습니다. 평소와 달리 제 말을 유심히 들은 남편은 유월절 전날 마침내 시온을 찾았습니다. 30년 넘게 미뤄온 침례 예식을 마치는 데는 채 몇 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도 간단한 것을…. 그러나 남편은 남편 나름대로 삶을 지탱해 주는 주관과 생각이 있었겠지요. 늦게나마 제 진심을 알아주고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온 남편에게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다음 날, 남편뿐 아니라 딸과 손자까지 삼대가 함께 유월절 성찬식에 참예했습니다. 올해는 할아버지도 같이 지키시느냐며 손자가 더 좋아하더군요. 이후로 남편은 제가 알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졌습니다. 성경 말씀을 알려주면 마다 않고, 제가 같이 기도하자고 하면 어색해하면서도 손을 모읍니다. 방에 새노래를 틀어놓아도 가만히 듣습니다.

    흔히 ‘사람은 안 바뀐다’고 하지만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니 불가능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놀라운 역사를 경험하기까지 수십 년 세월이 걸리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시련을 감당해야 할 때도 있겠지요. 그렇다고 원망 불평 하기보다 ‘모든 일에 하나님의 뜻이 있다’는 것을 믿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면서 하나님 말씀대로 살다 보면, 꿈이 현실이 되고 소원도 이뤄지는 날이 온다는 것을 가슴 깊이 깨달았습니다. 그 모든 과정과 결과에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요.

    제가 약해지지 않도록 사랑과 정성으로 돌봐준 하늘 아버지 어머니와 시온 가족들을 떠올리면, 나는 과연 그렇게 사랑을 실천해 왔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받은 사랑을 더 열심히 전하겠습니다. 누군가 제 남편처럼 하나님의 사랑에 힘을 얻고, 축복된 삶을 시작하길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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