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Menu

천국 복음이 온 세상에

시공간을 넘어

2024.08964
  • 글자 크기



  • 엄마 손 잡고 교회에 따라다니기만 하던 제가 고등학생 때 신앙의 관점이 달라졌습니다. 진지하게 성경 말씀을 공부하면서 자녀들의 구원을 위해 애쓰시는 하나님의 희생을 처음으로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희생의 시간을 끝내고 ‘천국 복음 완성’이라는 예언을 이룰 주인공이 되고 싶어 청년이 되면 해외에서 구원의 소식을 알리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짐을 곧바로 실천할 수는 없었지만 언어 공부를 하며 각오를 굳건히 다졌습니다.

    지난해, 드디어 해외선교의 문이 열려 칠레 산티아고로 갔습니다. 출국 전날까지 언어를 비롯한 부수적인 항목들을 꼼꼼히 확인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하늘 가족과 함께 예언을 이루러 간다는 생각에 설렜고 하나님께서 예비해 두신 축복이 무엇일지 기대됐습니다.

    26시간을 날아 도착한 칠레에서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바로 시차입니다. 한국과 13시간이나 차이 나는 생활 패턴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어지러움과 두통에 시달렸습니다. 먹는 것마다 체하고, 몇 걸음 걷기도 힘들었습니다. 아침에는 긴소매 옷을 입었다가 낮에는 반소매를 입고, 저녁에는 두꺼운 겉옷을 걸쳐야 하는 변화무쌍한 날씨도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한국에서는 병원 신세를 져본 적이 없었는데, 시차에 이렇게나 영향을 받다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약을 먹고 휴식을 취했지만 사흘이 지나도 증상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방 안에 가만히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이 땅에 오신 하늘 아버지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영화로운 천상에서 천만 천사의 호위를 받으며 온 우주를 경영하시던 아버지, 자녀들과 이 별 저 별 다니시며 더없는 행복을 누리시던 어머니. 모든 영광을 뒤로한 채 당도하신 땅에서는 당신의 백성들에게 외면당하셨고 하나님의 영광에 맞지 않는 의복과 음식을 취하셨습니다. 광활한 우주와는 비교할 수 없이 작디작은 지구에서 시공간의 제약 속에 거하시니 얼마나 답답하실까요. 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여건이지만 하나님께서는 오직 우리를 위해 이 길을 기꺼이 선택하셨습니다.

    죄악의 너울 속에 천상의 기억이 가려진 저는 지금껏 생활에 만족하며 큰 불편함을 못 느끼고 살아왔습니다. 시간도 공간도 다른, 낯선 환경을 마주하고 그로 인한 아픔을 느끼고서야 천상에서의 영광과 능력을 내려놓고 자녀를 살리시려 스스로 고난을 택하신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그 희생이 얼마나 고귀한지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서 고통의 세월을 견디시며 오직 자녀 찾기만을 바라고 계시니 저도 어서 몸을 추스르고 힘을 내야겠다 싶었습니다. 오늘은 꼭 하늘 가족을 찾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며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때 말씀에 관심을 보이는 한 여성을 만났습니다. 갈라디아서 4장 26절을 펼쳐 어머니 하나님을 증거하는데 ‘우리 어머니’라는 단어를 본 그분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성경을 읽을 때마다 ‘예루살렘’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는데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어요.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하니, 말 그대로 예루살렘성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줄 알았어요. 드디어 예루살렘에 대한 의문이 풀렸네요.”

    오랜 궁금증을 해소한 그분은 계속해서 말씀을 살핀 뒤 어머니의 자녀가 되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안식일과 유월절도 거룩하게 지켰습니다. 난생처음으로 참여한 해외복음에서, 가장 심신이 힘들었을 때 만난 하늘 가족이라 지금까지 많이 생각납니다. 자매님이 어머니를 기쁘시게 하는 복음 일꾼으로 성장하길 기도드립니다.

    산티아고 사람들 대다수가 성경을 자주 읽고 관련 지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하나님을 전하면 처음 들어본다며 놀라워했습니다. 이들에게 영생을 주시는 하늘 어머니를 알릴 수 있는 사람은 먼저 어머니를 영접한 우리뿐이라고 생각하니 복음 전하는 이 일이 매우 영광스럽고 가치 있게 여겨졌습니다.

    또 인상 깊었던 것은 말씀을 듣고자 하는 사람에게 그 자리에서 오래도록 성경을 들고 진리를 알리는 식구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말씀을 듣는 이들 중에는 새 언약을 깨닫고 지키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지만 끝내 자신의 생각을 고수하며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혹시 이 사람이 하늘 가족일까’ 하는 마음으로 모든 이에게 정성을 들이는 식구들에게서, 시공간을 넘어 자녀를 찾으러 오신 아버지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닮은 식구들을 보며 저는 어떤 태도로 복음에 임했는지 되돌아보았습니다.

    칠레에서 깨달은 하나님의 사랑과 진리에 대한 자부심은 제 마음속 깊이 남아 있습니다. 세상에는 아직 하늘 어머니를 알지 못하고 영접하지 못해서 생명수에 갈급한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생명의 소식을 전하고 하늘 소망을 심어주기 위해 이번에는 아프리카에 어머니 영광의 빛을 비추러 갑니다. 그곳에서 어떤 난관을 만나더라도 아버지 어머니를 떠올리며 이겨내겠습니다. 시공간을 넘어 제가 받은 크나큰 사랑과 축복을,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부지런히 전하고 오겠습니다.
    더 보기
    뒤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