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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딸일 때는 몰랐습니다

2024.06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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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산 후에 알았습니다. ‘아기가 배 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는 말의 의미를요. 만삭일 때는 잠자기도, 외출 한 번 하기도 힘들어서 아기가 빨리 나왔으면 싶었습니다. 아기는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출산 예정일보다 열흘이나 늦게 태어났습니다.

    산후조리원을 나와 집에서 시작한 육아는 매운맛이었습니다. 수시로 우는 아기를 달래고 두세 시간마다 수유하느라 무척 피곤했습니다. 먹는 거며 자는 거며 전혀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아기 중심의 삶이었습니다.

    어느 날 새벽, 아기가 뒤척이는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울음소리도 아닌 아주 작은 소리였는데 그 기척이 어찌 그리 잘 들리던지요.

    ‘나, 진짜 엄마가 됐구나.’

    문득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친정엄마가 떠올랐습니다. 엄마는 병원에서 오래 항암치료를 한 터라 저희 사 남매가 돌아가면서 엄마 곁을 지켰습니다. 항암 약이 독해 수시로 구토를 했던 엄마는 구토 증세가 있으면 새벽이라도 저희를 깨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마는 그럴 때 제 반응 속도가 제일 느리다고 했습니다. 몇 번이나 이름을 불러도 안 일어나서 머리를 쓰다듬어야 겨우 일어난다며 지나가듯 말하는데 정말 죄송했습니다. 엄마도 곤히 자는 자녀를 깨우고 싶지 않아 참다 참다 도움을 요청했을 텐데 말이죠.

    그랬던 제가 아이를 낳고는 작은 기척에도 반응을 하는 것입니다. 엄마가 나를 부르는 소리는 듣지도 못했으면서….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제왕절개를 하고 24시간 동안 불편한 병원 침대에서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했던 날에도, 오랜 시간 병원에서 지냈던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다 울컥했었지요.

    엄마 생각은 자연스럽게 하늘 어머니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새노래 가사처럼 ‘잠도 쉼도 잊으시고 오로지 자녀 위해’ 살아가시는 어머니의 영적 육아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전 세계에서 들려오는 자녀들의 작은 신음소리도 놓치지 않고 세세히 돌보시느라 편히 쉬실 시간도, 깊이 주무실 시간도 없으실 듯해 마음이 아픕니다. 모든 관심을 자녀들에게 두시며 자녀를 삶의 전부로 여기시는 어머니 앞에 저는 아직도 철부지 어린아이 같습니다.

    아기가 시기에 맞게 성장해 저와 눈을 맞추고, 조그만 몸을 뒤집는 걸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납니다. 자녀들이 때에 맞는 영의 양식을 부지런히 먹고 무럭무럭 잘 성장하면 하늘 어머니께서는 더한 행복을 느끼시겠지요.

    아기를 돌보며 기도드립니다. 모든 걸 해줘야 하는 영적 신생아가 아니라 날마다 성장하는 믿음으로 하늘 부모님께 기쁨 드리는 자녀가 되게 해달라고요. 조그마한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관심과 사랑을 주시는 아버지 어머니께 마음 다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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