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Menu

시온의 향기

혼자에서 넷으로

2024.06593
  • 글자 크기



  • 오래전, 딸을 낳고 몸조리하던 중 하나님의 교회 분들을 만났습니다. 이 교회 저 교회 다니며 참 하나님을 찾던 터라 진리 말씀을 듣고 기쁘게 하나님을 영접했습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유교 사상을 중요시하는 남편은 제가 교회에 나가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습니다. 남편과 시댁 식구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을수록 더 시부모님을 공경하고 섬기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모든 일에 때가 있다’고 말씀하셨으니 하나님의 가르침에 순종하고 인내하면 남편도 언젠가 제 신앙을 인정해 주리라 믿었습니다.

    철옹성 같은 남편의 마음을 녹인 것은 경조사마다 달려와 가족처럼 챙겨준 시온 식구들이었습니다. 아버지를 여의고 슬픔에 잠긴 남편은 조문 온 시온 식구들에게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몇 년 뒤 시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장례식이 치러지는 내내 시온 식구들이 찾아주어 마음을 추스르고 힘을 냈습니다.

    딸 결혼식에도 정말 많은 식구가 참석해 기쁨을 함께 나눴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식구들의 축하 인사 행렬에 광대까지 올라간 남편의 입꼬리는 내려올 줄을 몰랐습니다. 결혼식을 성황리에 마치고 며칠이 지나서도 좋아라 할 정도였습니다.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남편에게 진리 발표를 들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남편은 매일 귀찮게 하지 말고 한꺼번에 몇 주제씩 하라며 퉁명스럽게 말하면서도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꾸준히 발표하며 함께 유월절을 지키고 싶은 소망을 여러 차례 내비쳤습니다. 성경을 잘 몰라 유월절을 6월에 지키는 절기로 알아들은 남편은 그래도 6월이 되기 전에 뭔가를 할 것처럼 말하며 예전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남편의 마음이 움직인 데에는 붙임성 좋고 애교 많은 사위도 한몫했습니다. 결혼 후 서서히 믿음을 키워온 사위는 회사 일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장인어른에게 자신이 배운 말씀을 전했습니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설 명절, 살가운 사위의 부탁에 집중해서 진리 말씀을 들은 남편은 마침내 유월절의 의미와 날짜를 온전히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유월절을 지키겠다고까지 했으면서도 교회에 가는 것은 내키지 않아 하기에 결국 저희끼리 안식일 예배를 다녀왔습니다. 혼자 있는 동안 고민을 꽤 했는지 남편이 쑥스러워하며 물었습니다. 교회에 사람들이 적게 모일 때가 언제냐고요. 돌아오는 공휴일에 교회에 가서 침례를 받기로 약속한 뒤, 남편의 마음이 변하지 않길 바라는 기도가 간절해졌습니다.

    약속한 날 시온에 방문한 남편은 언론전시를 관람하며 하나님의 교회 규모와 성도들의 선한 행실에 놀라워했고 기꺼이 새 생명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33년 만에 일어난 기적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침례식에 함께하지 못한 딸과 사위에게 교회에서 극진하게 대접받았다고 자랑하는 남편의 모습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날 남편에게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물으니, 침례 후 들은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말씀을 꼽았습니다. 교회에 오기 전 남편은 저도 모르게 이발과 목욕까지 하며 자기 나름대로 준비했다고 합니다. 이미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기에 오직 하나님을 섬겨야 한다는 말씀이 유독 마음속에 새겨진 것 같습니다.

    슬프고 힘들었던 시절을 견디며 30년 넘게 간직해 온 꿈이 현실로 이뤄졌습니다. 홀로 걷던 믿음의 길, 제 품에 안겨 있던 아기가 어느새 자라 서로 의지하며 둘이 걷게 하시고, 장성한 딸이 좋은 짝을 만나 셋이, 이제는 남편까지 넷이 천국을 향해 나아가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가족 모두 손 꼭 잡고 영원한 천국까지 힘차게 달음질하겠습니다.
    더 보기
    뒤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