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거의 제 모습이 그랬습니다. 하나님의 일에 즐거이 헌신하는 ‘새벽이슬’로 예언된 청년이지만 그저 예배와 모임에 열심히 참석하는 것이 저의 최선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전 세계 복음 완성의 비전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좁았던 시야를 넓히니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진리가 전해지지 않은 곳에 복음의 깃발을 꽂고 싶다는 강렬한 소망이 생겼습니다.
소망을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 장소는 필리핀 루손섬 남단의 소르소곤이라는 도시였습니다. 작은 예배소에서 관리자 내외분을 돕는 동안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걸으신 길을 조금이나마 체험했습니다. 말씀을 전하러 산속 깊숙이 들어가거나 바다 위 나무다리를 건너는 등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한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렵게 찾은 영혼들에게 말씀의 양식을 먹이기 위해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여러 번 산과 강을 넘나들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뒤 복음에 확실한 보탬이 되고 싶어 언어 공부 등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몇 번의 선교를 더 갔습니다. 세 번째 단기선교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만 하더라도 조만간 또 출국할 계획이었는데 자유롭게 오가던 하늘길이 막혀버린 것입니다.
좇던 목표가 사라지자 저는 다시 우물 안 개구리로 돌아갔습니다. 습관처럼 신앙생활 하던 이전의 모습 그대로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현실에 충실하자 했지만 그도 아니었습니다. 복음의 열정은 물론 시온 식구들에 대한 애정마저 식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완화된 후에도 한동안 제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우물 밖으로 뛰어오르기는 해야겠는데 내가 과연 다시 뭔가를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주위 식구들을 통해 제가 다시 일어나도록 도와주셨습니다. 덕분에 필리핀 라오아그라는 도시로 올 수 있었습니다.
라오아그는 이전에 경험했던 필리핀의 다른 지역들과 조금 달랐습니다. 주로 사용하던 영어와 필리핀어가 아닌 일로카노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사용했고 한국인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한국을 그리워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제가 이곳에 왜 와 있는지 돌이켜 봤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세계복음 완성이라는 사명, 잃어버린 형제자매를 찾아 어머니께 기쁨 드리겠다는 다짐, 천국 복음을 완성하고 하늘에서 아버지 어머니와 영원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는 소망을 되새겼습니다. 점점 시온으로 가는 한 번의 발걸음이, 지나가는 한 영혼이 소중해졌습니다. 이후로 하늘 가족을 찾기 위해 끝없이 기도하며 말씀을 전하고 또 전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찾아주신 한 영혼, 한 영혼이 어느덧 2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비간이라는 작은 도시에 예배소도 세워졌습니다. 내게 능력 주시는 하나님을 믿고 행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아름다운 결실을 허락하셨습니다. 적은 인원에서 시작해 점차 식구들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간 했던 모든 걱정과 염려는 사라졌습니다.
해외복음을 가기 전, 저는 이미 천국 문 앞에 서 있다 여겼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필리핀에서 장·단기선교를 할 때도 열매만 맺으면 제 사명을 다한 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복음에는 넘지 못할 장벽도, 우물도 없었습니다. 사실 하나님께서 드넓은 복음 밭을 이미 보여주셨는데 저는 힘들까 봐 일부러 외면했던 것 같습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부르심에 응했을 때 제가 있는 곳이 복음 무대의 한가운데임을 깨달았습니다. 받을 축복이 곳곳에 넘친다는 사실도요.
아직도 전 세계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저희를 찾기 위해 쉬지 않으셨듯, 저도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 하늘 형제자매 찾기를 멈추지 않을 겁니다. 전 세계에 하나님의 나라가 건설되는 그날까지 새벽이슬 청년으로서 마음과 정성과 힘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