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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하나님은 나의 힘이시라

2023.1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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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던히도 더웠던 2018년 여름, 갑작스러운 사고로 119구급차에 실려간 병원 응급실에서 기억을 잃었습니다. 경추 신경을 다쳐 긴급수술을 하고 의식이 없는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보낸 시간이 꼬박 일주일이었습니다.

    일반 병동으로 옮기고 나서 밤이면 심한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어 밤을 지새우는 날에는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멀게만 느꼈던 ‘장애’가 내 이야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되짚어 보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큰 사고를 당하고도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싶었습니다. 게다가 제 곁에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중환자실 앞에서 한없이 울기만 했다는 아내와 딸이 제 손을 꼭 잡고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특히 아내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의 손발이 되어주었습니다. 힘든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말없이 응원해 주는 아내가 고마웠습니다.

    하나님께 감사와 회개의 기도를 드리고 재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담당 재활 치료사는 성격이 쾌활했습니다. 시원시원한 치료 기술에서 그만의 내공이, 환자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위로해 주는 말 속에서 온유함이 느껴졌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제가 하나님을 믿는 것을 알게 된 치료사는 강도 높은 운동에 지쳐가는 저에게 외쳤습니다.

    “아버님, 힘내세요. 할 수 있어요. 하셔야 돼요. 하나님을 의지하면 힘이 생겨요.”

    농담처럼 내뱉은 말일 수 있지만 치료사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재활 치료를 해서 다시 일어서야 할 이유가 제게는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무기력감과 좌절감에 사로잡혀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통증을 핑계로 그동안 미루고 지나쳤던 재활 운동 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웠습니다. 동시에 잊고 지낸 얼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함께 천국 가자고 해야 하는데.

    재활 치료사가 또다시 재촉했습니다.

    “아버님, 힘내세요. 쭉쭉쭉! 내일은 치료 두 가지가 더 추가됩니다. 하나는 재활 로봇 치료고요, 하나는 수치료(물에서 걷는 운동)입니다.”

    구령에 맞춰 움직이느라 몸이 떨리고 땀으로 흠뻑 젖었는데도 어쩐지 가슴은 시원하게 탁 트이는 기분이었습니다. 지금 겪는 모든 일이 하나님께서 저에게 허락하신 축복 같았습니다.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치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식물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를 인하여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을 인하여 기뻐하리로다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 …”(합 3장 17~19절)

    시련과 연단의 시간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나의 힘이 되어주시니 열심히 치료받으면서 저 유쾌한 재활 치료사에게도 구원의 소식을 꼭 알려주리라 다짐합니다.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뜻 가운데 모든 슬픔과 근심이 기쁨과 찬송으로 변화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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