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은 밤, 마트에 갔습니다. 왜냐고요? 두 사람이 다가와 질문하기까지 제가 그곳에 간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저도 몰랐습니다.
“당신을 성경 공부에 초대해도 될까요?”
“언제요?”
“지금이요!”
조금 생뚱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하나님께서 주신 신호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들이 성경의 진리를 하나씩 보여주는데, 마트에서 크게 틀어놓은 음악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성경을 계속 살피면서 진리 말씀에 놀란 저는 오래지 않아 침례를 받았습니다. 제 침례식에 초대하려고 친구에게 무심코 전화했다가 들은 훼방의 말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기쁘게 진리를 영접하고도 저는 시온 식구들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만남을 피했습니다. 분명 진리가 확실하고 하나님의 교회가 성경의 가르침대로 행하는 것이 좋아 보여 신앙의 첫걸음을 뗐지만 그냥 거기까지였습니다. 한 군데 매여 있기보다 어디든 제가 가고 싶고 갈 수 있을 때 가면 되지 싶었습니다.
막상 스스로 교회에 나가고 싶어졌을 때는 마땅히 갈 만한 교회가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교회는 까맣게 잊고, 지역의 좋다는 교회들을 다 다녀보았습니다. 단 한 곳도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한 커플이 식사 전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어느 교회에 다니는지 물었습니다. 그들이 말한 교회는 이미 가본 곳이라 실망했습니다. 이후로 교회 나가기를 포기했습니다. 대신 집에서 온라인으로 설교를 시청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제가 하나님과 가까워질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직장 매니저의 권유로 근무 시간을 야간에서 주간으로 바꾼 때가 그즈음입니다. 그런데 주간 근무를 하는 동료들 가운데 시온 식구가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시 신호를 보내주시는 듯했습니다. 식구를 통해 유월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제가 유월절에 관심을 보이자 식구는 바로 저를 시온으로 초대했습니다.
함께 삼일 예배까지 드리고 온 뒤 하나님의 교회에 대한 비방 자료를 접했습니다. 시온 식구들이 정말 친절하고 사랑스러웠기에 혼란스러웠습니다. 다음 날, 동료에게 물었습니다.
“안상홍님이 누구인가요?”
“그분은 하나님이십니다.”
담대하고 자신감 넘치는 동료의 목소리에 믿음이 가 다시 성경 공부 할 계획을 세웠지만 일 때문에 시간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에게 여쭤볼 것이 있어 전화했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사촌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입니다. 몇 달 전, 힘들어하는 사촌을 성경 구절로 위로하면서 삶의 희망을 주려 했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죄책감과 무력감,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의심까지 들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친구가 말했습니다.
“단지 나쁜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하나님을 의심하는 건 아닌 것 같아.”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하나님과 가까워질 필요성을 느낀 저는 당장 시온 식구에게 전화를 걸어 공부 약속을 잡았습니다. 마침내 공부를 시작하고 유월절이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깨달은 후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틀 뒤면 유월절인데 저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빴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유월절은 지키고 싶었습니다. 제 간절한 마음을 아시고 하나님께서는 안될 것 같은 여건과 상황 속에서도 제가 유월절뿐만 아니라 무교절과 부활절까지 지킬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저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새 언약의 절기로 구원해 주신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저는 절대 시온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저를 하나님의 자녀로 삼아 어둠 속에서 건져주시고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신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늘 되새길 것입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복음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사랑하시고 소중하게 여기시는 하늘 자녀들을 찾는 일에 온전히 쓰임받길 간절히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