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Menu

깨달음

머리에서 가슴까지 거리

2023.031378
  • 글자 크기



  • 어느 안식일, 오후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 건물에 도착하니 세 살, 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자매님들이 엄마 손을 잡고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희 교회는 제일 꼭대기인 8층에 있어 다른 층으로 가는 사람들도 함께 엘리베이터를 사용합니다. 그날은 6층을 방문하려는 사람이 함께 탔는데 어린 두 자매님이 문 바로 앞에 서 있었습니다.

    6층에 도착하자 안쪽에 서 있던 사람이 내리려고 앞으로 움직였습니다. 아이를 키워본 저는 한창 종잡을 수 없는 어린 나이의 자매님들이 혹여 부딪히거나 다칠까 염려됐습니다. 엄마가 두 딸을 모두 붙잡기에는 살짝 멀게 느껴져 제가 동생을 붙잡으려는 순간, 언니가 그 작은 손으로 동생의 더 작은 손을 탁, 잡아서 곁으로 착, 당겼습니다. 어리게만 보였던 자매님이 대견해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래. 동생을 챙기는 건 머리로 배워서 알게 되는 행동이 아니라 가슴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행동이지.’

    언니의 본능적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그 모습이 마냥 예뻐서, 꼭 붙잡은 두 손을 8층에 도착할 때까지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저를 챙겨주는 구역장님이 생각나서였습니다.

    최근 저는 개인적인 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구역장님은 힘들수록 하늘 어머니께 의지하고 기도드리자며 매일 문자메시지로 다독여 주었습니다. 저를 생각해 주는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늘 좋은 위로의 말을 보내줘 고마웠지만 하늘 죄인의 습성을 버리지 못해 가끔은 관심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머리를 식히고 싶다는 핑계로 일부러 구역장님의 문자를 외면하기도 했습니다. 복받으라며 끌어주는 마음을 부담스럽게 여긴 것입니다. 그런데 그 어린 자매님의 조그만 손에서 구역장님의 마음이 보였습니다.

    지금껏 시온의 형제자매에게 넘치는 축복을 허락해 달라고 하나님께 빠짐없이 기도드렸지만 사실 배워서 머리로 하는 기도였을 뿐 식구들이 진정 내 가족이라고 가슴으로 느낀 적은 적었습니다. 시온에서 나설 때마다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면서도 시온이 정말 내 아버지 어머니 계신 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혼자 겉도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언니가 동생을 챙기듯, 하늘 가족들은 혹시라도 제가 구원의 대열에서 뒤처질까, 하나님의 손길에서 멀어져 다치지는 않을까 염려하며 쉼 없이 챙겨주고 기도했을 것입니다. 그 마음을 잠시나마 부담스러워했던 제가 얼마나 철부지였는지 알게 됐습니다.

    이런 저를 바라보는 하늘 어머니의 마음은 또 어떠하셨을지 생각하니 죄송한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믿음의 뿌리가 깊어지길 간구하고 복음의 결실을 맺도록 수많은 기도를 드렸지만 형제자매를 내 몸과 같이 사랑하게 해달라는 가장 근본적인 기도는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성전에 들어서는데 마침 준비 찬송 새노래 제목이 ‘우리 서로 사랑해요’였습니다.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에 예배 시작부터 얼굴이 눈물투성이가 됐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구역장님에게 다가가 그동안 미안했다고, 구역장님이 미운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혹시라도 서운했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구역장님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괜찮다고 꼭 안아줬습니다.

    시온이 진정한 내 집이고 우리 모두는 하늘 가족이라는 생각을 머리에서 가슴으로 끌어 내리기까지, 멀게만 느껴지던 거리를 1층에서 8층까지 엘리베이터로 오르듯 하나님께서 단숨에 좁혀주셨습니다. 이제는 형제자매가 내미는 손을 꼭 붙들고, 하늘 아버지 어머니 가르침대로 사랑할 것입니다. 그렇게 천국까지 함께 가리라 다짐합니다.
    더 보기
    뒤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