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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아버지를 읽다’展 올림픽 자원봉사자 배지와 달리기대회 메달 뒷이야기

2025.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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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8 서울올림픽 개막을 200일 앞두고 성화봉송로 달리기대회가 열렸습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올림픽에 쏠려 있던 시기지만 초등학생이던 저는 올림픽이 뭔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래도 수많은 인파 속에서 아버지 손을 꼭 잡고 코스를 돈 후 골인 지점에 가서 달리기대회 기념 메달을 받았습니다. 저는 금빛 메달보다도 비슷한 때, 올림픽을 준비하며 쓰레기를 줍는 봉사에 참여하고 받은 마스코트 모양 배지를 더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는 일요일이면 온 가족을 차에 태우고 이곳저곳 많이 다니셨습니다. 국제대회 기념행사나 엑스포 등 각종 행사뿐만 아니라 63빌딩 같은 랜드마크에도 꼭 데리고 가셨습니다. 아버지는 형편이 어려워 배움의 기회가 많지 않으셨기에 자녀만큼은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안목을 기를 기회를 만들어주신 것입니다. 저와 동생은 그저 가족과 함께 외출해서 들뜨고, 행사장에 먹거리와 구경거리가 많아서 즐거웠습니다. 휴일에도 운전하며 저희를 챙기느라 쉬지 못하신 아버지의 노고는 생각지 못하는 철부지 자녀였지요. 당시 받은 이 기념품에서 아버지의 마음을 돌아보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버지는 어린 자녀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잘 놀아주시는 편이었습니다. 목말도 태워주시고 자전거 타는 법도 손수 알려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말수가 적고 내향적인 제게 사회성을 길러주려 웅변학원에 보내기도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관심과 응원 덕분에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더 활발해지고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보냈던 시간이 기억에 전부 선명히 남지는 않았어도, 늘 보고 자란 아버지의 모습이 잠재의식 속에 켜켜이 쌓였나 봅니다. 자라면서 성격도 아버지를 닮아가고, 자녀를 키우는 방식에도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자주 데리고 나가서 놀아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며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하나님 은혜로 진리를 영접하고 믿음의 가정을 이룬 뒤로는 영육 간 깨달은 부모님의 사랑을 가정에서 실천하려 노력했습니다. 사랑을 받은 만큼 저도 사랑을 부어주어 그런지 감사하게도 아이들은 사춘기가 있었나 할 정도로 원만하게 학생 시기를 보내고 성장했습니다.

    아버지전에 출품하기 위해 옛 사진과 소장품 등을 꺼내 살피면서 이면에 감춰진 아버지의 사랑과 희생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체격이 건장하고 항상 자신감 있는 모습이라 제 눈에 무척이나 커 보였던 아버지, IMF 외환위기 때도 집안 경제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힘든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께도 차마 자녀에게 말 못 한 사정, 묵묵히 견뎌야 했던 어려움들이 많으셨겠구나 싶습니다. 아버지께서 걸어온 인생길이 제가 현재 아버지로서 걸어가는 길과 겹치면서 아버지와의 연대감이 깊어지고, 애틋함과 사랑도 더 커졌습니다.

    연세가 드실수록 건강이 안 좋아지시고 어린아이 같아지는 아버지를 뵈면 가슴이 애잔합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일부러 친구처럼 친근하게 대해드리기도 하고, 자주 찾아뵈면서 사랑한다고 말씀드리며 애정 표현을 많이 합니다. 예전이라면 어색해하셨을 아버지도 꽤 익숙해지신 듯합니다.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삶의 풍파를 견디며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주신 아버지. 이제는 제가 아버지의 버팀목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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