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 일본에 정착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도 힘들다는 내색 한 번 하지 않던 아들이 다짜고짜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 하니 마음 한편이 묵직해졌습니다.
“아이고, 우리 아들 김치찌개 먹고 싶어? 엄마가 김치 싸서 일본 갈까?”
“일본은 무슨…. 저 내일 한국 가요. 김치찌개 한 냄비 부탁드립니다.”
웃으며 말하는 아들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갑작스러워서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가 비행기 도착 시간을 언급해 ‘진짜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평소 김치는 먹지도 않으면서 김치찌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특이한 식성을 가진 아들은 일본에 가면 김치찌개 생각이 날 것 같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이 일본에 간 뒤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언제든 김치찌개를 끓일 수 있도록 냉장고 한쪽에 김장 김치를 남겨 놓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마트에 달려가 두부와 돼지고기를 사서 이날을 위해 남겨둔 김치를 꺼내 한 냄비 넉넉히 김치찌개를 끓였습니다.
퇴근한 남편이 온 집에 가득한 김치찌개 냄새를 맡고는 “오늘 저녁 김치찌개야? 웬일이야?” 하며 들어섰습니다. 사실, 아들을 일본으로 보내고 나서 김치찌개를 먹다가 아들 생각 난다고 눈물 바람을 하는 제 모습을 본 남편은 그 이후로 김치찌개를 끓여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갑자기 김치찌개를 끓이는 제 모습에 놀라워했던 것입니다.
“이거 환이 거야. 오늘 못 먹어요. 내일 먹을 거니까 손댈 생각 하지 마요.”
남편은 “환이 거? 내일 환이 와?”라고 물으며 슬쩍 숟가락을 들고 냄비 앞에 섰습니다. “손대지 말랬죠!” 하며 찰싹 손등을 때리는데도 뭐가 그리 좋은지, 남편은 맛 좀 보자며 김치찌개를 휘저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가스레인지 위에 한 냄비 가득한 김치찌개를 두고, 마치 자린고비가 된 듯 밥 한 숟가락 먹고 냄비 한 번 쳐다보고 또 한 숟가락 먹고 냄비를 쳐다보며 식사했습니다.
“여보, 올해는 김장을 좀 더 많이 해야겠어요. 김장 김치 저게 마지막인데….”
“아, 밥 먹고 마트 가자. 환이 좋아하는 요거트 사 놔야지.”
우리 부부는 아들이 온다는 소식에 저녁 내내 웃음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도 이런 마음이지 않으실까요. 하늘에서 자녀들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시며 많은 상급을 준비하고 계신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자녀들을 애타게 기다리실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하며 하늘 가족을 열심히 찾겠다고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