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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마음을 곱게 써야

2025.1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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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벼락 앞에 차를 세우고 그 안에서 시온 식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차 한 대가 와서 뒤에 주차를 하는가 싶더니, 얼마 안 돼 우리 차가 방지턱을 넘듯 꿀렁했다. 뒤차가 우리 차를 받은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차에서 내려 차량 후면을 확인했다. 차는 멀쩡했다. 혹시 몰라 남편에게 전화를 해두고 잠시 서 있자, 뒤차에서 70~80대쯤 되어 보이는 어르신이 내렸다. 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에 우산도 없이 내린 어르신을 보니 아빠가 생각났다.

    “어르신, 우산 없으세요? 비 많이 오니까 우산 쓰셔요.”

    어르신은 우산을 꺼내 쓰긴 했지만 세찬 바람에 우산이 뒤집히고 살이 부러져 버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이어졌다. 차에 있던 여분의 우산을 건네며 “어르신, 저희 차 받으셨어요. 이상은 없어 보이는데 저는 잘 몰라서, 남편이 지금 오고 있으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했다. 잠시 후 도착한 남편이 차를 살펴보고 괜찮다고 해서 상황은 마무리됐다.

    나중에 “보험 처리를 했어야 했나?” 하는 내 물음에 남편은 그거 가지고 무슨 보험 처리를 하느냐며 “마음을 곱게 써야지” 했다.

    일주일 뒤, 차를 빼면서 후진하다 덜컹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머! 부딪쳤나?”

    백미러와 좌측 사이드미러를 번갈아 보는데 뒤에 트럭이 너무 가까이 있었다. 얼른 차를 앞으로 빼고 내려 확인하니 주차된 트럭도 우리 차도 괜찮아 보였다. 당황해서 차에 올라탔다가 이대로 갈 수는 없어 다시 내렸다. 잘못을 고하러 가는 아이처럼 심장이 벌렁댔다. 주차된 대형 트럭 위에서는 한 남성분이 짐을 옮기고 있었다.

    “저기, 사장님. 제가 후진을 하다가 차를 받은 것 같은데 이상이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시겠어요?”

    “그 차는 어때요?”

    “저희 차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 차가 괜찮으면 괜찮겠죠.”

    정말 성격 좋고 감사한 분이었다. 죄송하다는 인사 뒤에 ‘감사합니다, 다행입니다’를 연발하며 차에 올랐다.

    운전하며 가는 길, 아무 일 없이 지나갔음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일주일 전 우리 차를 받고 당황했을 어르신과, 마음을 곱게 써야 한다고 했던 남편의 말이 떠올랐다. 정말 마음을 곱게 쓴 덕에 보상을 받은 걸까? 감사했다.

    곱게 쓴 마음은 결국 돌아온다. 당장은 손해 같던 순간조차 누군가의 너그러움으로 되갚아졌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마음을 지나치지 않으셨다.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심어주신 사랑과 온유가 삶 속에서 어떻게 열매를 맺는지 다시금 깨닫는다.

    오늘도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대할 때, 나의 말과 표정과 태도 속에 ‘곱게 쓴 마음’이 묻어나기를 기도한다. 그 마음이 또 다른 누군가의 순간과 하루를 부드럽게 덮어주기를, 그리고 그렇게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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