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의 신트니클라스로 단기선교를 다녀왔습니다. 신트니클라스에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온 한 가정을 통해 복음이 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3년은 아무런 결실이 없다가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도우심으로 한 명 두 명 식구를 찾아 지금의 하우스처치가 세워졌다고 합니다. 하나님을 의지했기에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겠다는 생각에 저절로 눈물이 났습니다. 저 역시 오직 하나님만 의지해야겠다는 다짐을 마음에 새기고 출국했습니다.
20시간가량 비행 끝에 신트니클라스에 도착했습니다. 번화한 도시가 아니어서인지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아서 초반에는 성경 말씀을 전하기는커녕 입을 뗄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말씀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을 때, 저와 선교단원들의 마음에는 ‘보이는 결실은 없어도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분명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하나님께서 마침내 우리 형제자매를 찾게 해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했습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오가며 시온을 살피는 전도사님은 성경에서 사도 바울의 행적을 보여주며 힘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사도 바울이 복음을 전하는 데 온 마음과 정성을 쏟은 것처럼, 저희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마음으로 선교에 임하기 위해 다음 날부터 새벽 5시에 연합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일어나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며, 어머니께서 저희를 위해 매일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이시는지 느껴져 감사하고 죄송했습니다.
점점 시온에 와서 말씀을 살피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오랜 시간 공부하고서도 끝내 자신의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그다음 날도 같은 일이 반복됐습니다. 깨달음이 더딘 자녀들을 보는 아버지의 심정이 이러하셨을까 싶어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어느덧 예정된 선교 기간이 3일 남은 시점이었습니다. 성경 세미나를 준비했지만 초대된 사람이 마땅히 없어 노심초사하던 차, 이전에 만났던 분이 차로 1시간을 달려왔습니다. 세미나를 경청하고 진리를 인정하는 모습에 이분이 꼭 구원의 약속을 받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자신이 지금 다니는 큰 교회가 좋다며 거절했습니다. 간절했던 만큼 속상했습니다. 하지만 그제는 말씀을 듣는 분이 있었고, 어제는 시온에 오는 분이, 오늘은 침례실 앞까지 가는 분이 있는 것을 보며 내일은 반드시 우리 형제자매를 만나리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 바람은 곧 실현되었습니다. 다음 날 저희는 더 많은 이들에게 진리를 알리기 위해 인근 안트베르펜이라는 지역으로 갔습니다. 말씀을 전하다 잠시 몸을 녹이려 들어간 기차역에서 한 여성을 만났습니다. 서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그분이 신트니클라스에, 심지어 시온에서 4분 거리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트니클라스가 크지 않은 도시라 시온 주변 사람들과는 안면이 있는데, 그분은 저희를 처음 본다고 했습니다. 어머니 하나님 역시 들어본 적 없다며 흥미로워하는 그분과 다음 날 시온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날 저녁, 식구들과 시온에 모여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오기로 한 사람이 없었기에 다들 어리둥절했습니다. 문을 열자 낯선 부녀분이 아름다운 미소를 띠고 서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전에 저희가 전도하는 모습을 보고, 곁에 있던 현지 식구에게 시온 주소를 받아뒀다가 직접 찾아온 분이었습니다. 진리에 갈급했던 그분은 두세 시간가량 말씀을 살피고 기쁜 마음으로 엘로힘 하나님을 영접했습니다. 또한 그간 꾸준히 공부를 이어온 또 다른 영혼도 네 번의 만남 끝에 새 생명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모두 한마음으로 인내의 기도를 올렸던지라 더욱 감사했습니다.
이제 안트베르펜에서 만난 분과의 약속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과연 그분이 약속을 지킬까, 우리 식구가 맞을까 하는 생각으로 긴장됐습니다. 그분이 시간에 맞춰 시온에 도착한 모습을 보고서 모든 걱정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어제 알려준 내용이 기억나느냐는 물음에 그분은 “정말 흥미로웠어요!”라며 눈을 반짝였습니다.
저희는 함께 교회 소개 영상을 시청하고 성경 말씀을 더 살폈습니다. 처음에 5시에는 가야 한다던 그분은 5시 30분, 6시로 시간을 미뤄가며 말씀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났습니다. 저녁에 예배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곧장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와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그날은 저희가 신트니클라스에서 드리는 마지막 예배일이었는데, 자매님을 비롯한 새 식구들과 더불어 기존 식구들도 많이 참석해 여느 때보다 시온이 북적거렸습니다. 한 영혼 한 영혼이 시온으로 인도되기까지 하나님께서 역사하신 과정들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말씀의 씨앗을 뿌릴 때 겪었던 어려움은 열매를 거둘 때 느끼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하늘 가족을 찾기 위한 연단의 시간이었다 생각하니 오히려 감사만 넘쳐흘렀습니다.
귀국 전, 전도사님은 “어제 뿌린 씨앗에서 오늘 바로 열매를 거둘 수는 없습니다. 이곳은 이제 막 말씀의 씨앗이 뿌려진 것과 마찬가지입니다”라며 저희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저 역시 경험하기 전에는 유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부지런히 뿌린 씨앗을 자라나게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목도하니 앞으로 유럽 복음의 미래가 너무 기대되고, 장차 풍성히 맺힐 열매를 거둬들이는 축복에 함께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생겼습니다. 이를 원동력 삼아, 귀국한 지금도 성경 말씀과 언어를 꾸준히 익히고 있습니다.
처음에 저는 유럽에 일꾼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그곳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 유럽 선교를 결정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는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제 시야를 넓혀주시고 소망을 심어주시려는 하나님의 부르심이자 은혜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시며 이끌어주신 아버지 어머니의 희생을 가슴에 새기고, 그 사랑을 전 세계에 전하는 새벽이슬 청년이 되겠습니다. 제 마음에 뿌려진 비전의 씨앗이 자라 열매를 거둘 날을 설렘으로 기다리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