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Menu

수필

아들의 자랑거리

2025.0733
  • 글자 크기



  • 낯선 동네로 이사 후, 이곳 생활이 익숙지 않았습니다. 근처에 아는 사람이 없다 보니 필요한 물건을 살 만한 가게나 괜찮은 병원 등을 물어볼 데가 없어 이리저리 탐색하듯 다녔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언젠가부터 정보를 하나씩 듣고 와 알려주었습니다.

    “엄마, 내과는 여기 건너편 2층이 좋대.”

    “엄마, 우리 집 앞에 커피숍이 생겼는데 거기 사장님이 좋아.”

    “과일은 저 앞에 있는 가게 사장님한테 가서 사면 될 것 같아. 거기 손님이 많더라구.”

    친구들이 알려주는 건지, 이것저것 쫑알거리는 아들이 기특하기도 하고 신기했습니다. 어디서 그렇게 알고 오느냐고 하니 아들이 직접 물어봤다는 겁니다. 사장님하고 친구가 됐다면서요.

    무슨 말인가 궁금하던 차에 아들과 집 앞에 과일을 사러 갔습니다. 가게 앞에 다다르자 아들과 과일가게 사장님이 무척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친근하게 대해주는 사장님에게 저희 아들이랑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들이 인사도 잘하고 붙임성도 좋아요. 맨날 와서 엄마 아빠랑 누나 자랑을 그렇게 해요. 엄마가 예쁘고 요리도 잘하고, 엄마랑 있으면 정말 든든하다고. 아빠는….”

    사장님의 입에서 저뿐 아니라 남편과 딸아이에 대한 이야기까지 술술 나왔습니다. 아들이 매일 지나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줬다는 겁니다. 쑥스러운 마음에 아이의 이야기를 친절하게 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얼른 돌아서려는데 사장님이 말을 덧붙였습니다.

    “저는 ○○이랑 친구가 됐어요. 나이 많은 나랑 이렇게 대화를 잘 해주는 초등학생이 어디 있어요? 지나갈 때 과일 하나씩 주는데 제가 좋아서 주는 거니 혹시 얻어먹는다고 뭐라 하지 마세요.”

    자주 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돌아가는 길에 커피숍을 발견했습니다. 아들은 커피숍 사장님에게 “이모” 하고 달려가더니 저를 소개했습니다.

    “어머, 안녕하세요. ○○이가 그렇게 자랑하던 엄마시네요.”

    이번 사장님도 처음 보는 분이지만 마치 다 알고 있다는 것처럼 저와 딸아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희 아들이 워낙 가족애가 넘쳐서 자랑을 많이 한 것 같네요. 장사하는데 불편하게 해드린 건 아닌지…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냥 지나가는 애들도 많은데 꼭 자전거를 세워서 인사하고 안부를 물어주는 요 꼬맹이가 너무 귀엽고 기특한 것 같아요.”

    이사하고 주변 가게 사장님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경험도 생소했지만, 무엇보다 아들의 친화력에 감탄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끄럽지는 않느냐고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정말 자랑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 내가 우리 엄마랑 누나 자랑하면 안 돼?”

    아들이 어른들을 살갑게 대하는 걸 알았어도 표현력이 풍부해서 그렇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담긴, 순수한 아들의 답변에 고맙기도 하고 감동이 되었습니다.

    저는 하늘 아버지 어머니를 얼마나 당당하게 자랑했는지, 하늘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며 자랑스럽게 여겼는지 돌아봤습니다. 깨달음이 더딘 제게 아이들이라는 선물을 주셔서 직접 배우고 느끼게 해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도 어디서든 아버지 어머니를 자랑스럽게 알리는 자녀가 되고 싶습니다.
    더 보기
    뒤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