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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소식

당연한 것은 없다

2025.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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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시온에 나아왔던, 소위 ‘유아방 믿음’이었던 제게 신앙과 규례는 당연한 생활의 일부였습니다. 일상이었던 기도와 찬송을 드리고 규례를 지키는 일이 군대에서는 노력과 용기를 필요로 했습니다. 훈련소에 입소한 순간부터, 예배드릴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오롯이 제 몫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훈련병을 관리하는 간부님들이 최대한 여건을 보장해 주려 하지만 수백 명에 이르는 훈련병들이 각자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세세히 파악하기 어려울 터였습니다. 또 조용히 예배를 드린다고 하나 부대 상황이나 환경을 잘 모르는 훈련병을 혼자 두기도 부담스러울 일이었습니다. 신뢰를 쌓는 게 먼저인 것 같아서 더 성실하게 생활했고 후반기 교육 때는 학생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수행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훈련소에서 예배 장소를 승인 받아 은혜롭게 예배를 드릴 수 있었고, 후반기 교육에서는 교육 우수자로 선정되어 연대장 표창을 수상해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낼 기회도 얻었습니다.

    본격적인 군 생활이 펼쳐질 자대는 또 새로운 환경이었습니다. 간부 면담 시간이 되어 떨리는 마음을 기도로 부여잡으며 차분히 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성경에 기록된 대로 화요일과 토요일마다 예배를 드렸고 군대에서도 신앙을 이어나가면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간부님은 “하나님의 교회를 다니는 용사는 처음 본다”며 예배 시간을 물어보는 등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나님과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도와 노력 끝에 예배를 승인받고 나니 한 번 한 번의 규례가 정말 소중했습니다. 혼자 있는 것 같은 이곳에서도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항상 함께하시며 저를 돌봐주고 계신다는 사실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나중에는 부대에서 가까운 시온에 가서 규례를 지킬 수 있었는데, 입대 전 시온에서 예배드릴 때와 확연히 다른 기분이었습니다. 예배 한 번을 위해 이렇게 노력해 본 적이 있었는지 돌아보며, 제게 당연했던 일을 당연하게 만들어주시기까지 아버지 어머니께서 긴 세월 이어오신 희생과 기도에 감사해 절로 찬송이 나왔습니다.

    매주 규례를 지키면서 말씀을 가까이 하는 것은 일상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작은 것에 충성하라는 말씀이 군 생활에도 스며들어 선후임을 대할 때 늘 밝은 표정을 유지하려 노력했고, 작업과 청소, 발표 등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우물쭈물하지 않고 먼저 나섰습니다. 어떤 이들은 군대에서의 시간을 아깝게 여기기도 하지만 저는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어머니 교훈에 따라 언제나 주인 된 마음으로 즐겁게 임하려 노력하는 사이, 인내와 겸손 등 하나님의 자녀에게 필요한 덕목을 배웠습니다.

    청년의 시기, 값진 시간을 통해 귀한 깨달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제게 주어진 것 중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범사에 감사하며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마음 깊이 느낀, 하나님의 계명의 소중함과 그에 담긴 축복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나아가 이토록 귀중한 새 언약을 아직 모르는 이들에게 알려서, 그들과 함께 하나님 앞에 설 수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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