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으로 예정된 훈련 일정을 알았을 때 처음에는 걱정부터 들었습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하나님께서 주시는 교훈이 있으리라 믿고 끝까지 잘 견뎌내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훈련 강도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잠을 거의 자지 못한 채로 적군에 대응하는 훈련을 하다 보니 긴장이 극에 달했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는 육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했습니다. 힘이 들수록 따뜻하고 편안한 집, 사랑으로 대해주는 시온 식구들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훈련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어갈 무렵, 산 정상에 짐을 옮길 일이 있었습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짐을 들고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어가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습니다. 부대원들은 점점 말수가 없어졌고 숨을 헉헉 몰아쉬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지만 다 같이 마음을 모아 무거운 걸음을 내딛는 동기들과 선임들을 보니 불평하거나 중도에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한 자녀라도 더 살리시려 무거운 가방을 메고 험한 산길을 걸으셨던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산을 오르는 내내 하늘 아버지의 희생을 그린 영상 속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낮에 석수 일 하며 고단해진 몸으로 밤새 진리책자를 쓰시던 아버지…. 아직 구원받지 못한 자녀들 생각에 타들어 갔을 아버지 심정을 생각하니 울컥했습니다. 온 힘을 쥐어짜 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끝까지 견디는 자에게 복을 주신다’는 성경 말씀은, 아버지 희생을 잊지 않는 자녀가 이룰 수 있음을 훈련을 통해 새삼 깨달았습니다. 어떤 믿음을 가져야 역경을 이기고 복음 길을 완주할 수 있는지 조금이나마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부대 복귀가 며칠 남은 어느 날, 늦은 오후부터 작은 우박이 내리더니 저녁에는 눈발로 바뀌었습니다. 산 정상에 설치했던 텐트를 걷고 눈을 맞으며 추위 속에 하산했습니다. 눈 내리는 광경을 보면서, 매서운 칼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디시는 아버지 어머니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습니다.
군에서 제가 경험하는 고생은 군인으로서 당연한 일이고, 전역하면 대부분 겪지 않을 일입니다. 하지만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고통받으실 이유가 없으신데도 이 땅까지 오셔서 고난 길을 걸어가셨고 지금도 걷고 계십니다. 왜 그 길을 마다하지 않으셨을까요. 자녀를 살려 천국으로 인도하겠다는, 가없는 사랑에서 비롯된 명확한 목적 때문일 것입니다. 당신께서 그 길을 가지 않으시면 아들딸이 구원받지 못하기에 기꺼이 희생하신 아버지 어머니의 간절함이 얼마나 클지 가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희생을 헤아리며, 조금만 힘들어도 ‘더 이상 못 하겠다’, ‘이 힘든 일을 왜 해야 하나’ 투덜거리고 하나님께 근심을 끼친 예전의 제 모습을 반성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오직 ‘자녀 구원’을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하신 것처럼, 저도 남은 군 생활 그리고 전역 후에도 아버지 어머니께 기쁨을 드리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영혼 구원’이라는 가치 있는 일에 헌신하리라 다짐합니다. 모든 어려움을 이기고 전 세계에 구원의 소식을 전하는 데 힘써서,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복음 역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장성한 아들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