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가기 전, 입대 예정자를 위한 교육에서 ‘믿음의 눈으로 보면 길이 열린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군대에서 보낸 나날은 믿음의 눈을 가질 수 있도록 훈련받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는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
훈련소에서 중대장 훈련병이 된 저는 예배 장소를 요청하기 위해 조교를 찾아갔습니다. 거기서 조교로 복무 중인 시온 식구를 만났습니다. 훈련소에서는 조교 형제님, 같은 기수에 입소한 형제님들과 규례를 지킬 수 있어 마음이 편했습니다. 시작부터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셨으니 군 생활이 탄탄대로일 줄로 알았습니다.
후반기 교육 때는 달랐습니다. 교육 일정과 부대 여건으로 인해 예배 한 번 드리기가 어려웠고, 그제야 군대에서 믿음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훈련소에서 형제님들과 예배드렸던 시간이 하나님의 은혜였음도 깨달았고요. 자대에 가면 어떤 상황에서도 아버지 어머니를 의지해 굳건히 믿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다졌습니다.
자대 배치 후, 별도의 공간을 승인받아 6개월 정도 홀로 예배를 드렸습니다. 혼자였지만 예배드릴 장소가 있는 것만도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안식일에 전투복을 갖춰 입고 예배를 드리러 가면 “남들은 생활복 입고 쉬는데 너는 전투복 입고 어디 가냐”고 묻는 이들에게 안식일을 알릴 수 있는 것도 감사했습니다. 작은 것에 늘 감사하며 군 생활 중 목표했던 것들을 하나씩 이뤄보고자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쳤습니다. 의도치 않게 선임과의 관계가 꼬이면서, 하나님의 규례를 지키고 성경 말씀대로 행하는 데도 알게 모르게 눈치가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런 상황을 겪어야 하는지 마음속에 억울함만 가득했습니다. 내 믿음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의지할 존재가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온라인 설교에서, 홀로 복음의 길을 걸어가신 하늘 아버지의 희생에 관해 들었습니다. 인류를 구원하러 이 땅에 오셨건만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때, 아버지께서는 얼마나 힘들고 외로우셨을까 생각하니 목이 메었습니다. 불과 수십 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라고 힘들어하던 제 상황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사실 전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 저와 함께하셨고, 옆에서 “네가 고생이 많다”, “네 마음 다 안다” 하며 조언해 주거나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당시는 제가 처한 상황의 무게에 짓눌려 알지 못했지만, 하늘 어머니께서는 주위 사람들을 통해 저를 위로해 주고 계셨습니다. 제가 아버지 어머니를 떠올리지 못하던 순간에도 제게 관심을 두시고 사랑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힘이 좀 빠졌다고 그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기보다 하나님께 배운 대로 항상 겸손한 자세로 생활하고, 부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언제나 빠릿빠릿하게 움직였습니다. 제 말과 행동이 하나님의 교회 신앙을 대변한다는 사실을 계속 되새겼습니다. 묵묵히 인내하며 힘쓰다 보니 신앙생활의 여건도 좋아졌습니다. 안식일에 부대 인근 시온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오랜만에 시온에서 예배를 드리며 시온의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같은 부대에 간부인 시온 식구가 있다는, 힘이 되는 소식도 접했습니다. 얼마 뒤 새로 온 후임 형제님까지 세 명이 함께 믿음을 지킬 수 있어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저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하나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부대 구석구석을 청소했습니다. 다들 편히 쉬는 일요일에 봉투랑 집게를 들고 나가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꾸준히 봉사했더니 어느새 소문이 퍼졌는지,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부대원들이 나중에는 저희를 칭찬했습니다. 행하는 대로 복을 주신다는 하나님 말씀대로였습니다.
군 복무를 마치면서 저의 군 생활을 돌아봤습니다. 그동안 힘들었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당시에는 막막하기만 했던 상황도 지금 생각해 보면 제 믿음이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이미 저를 위한 축복을 예비해 두셨는데 제가 믿음의 눈으로 보지 못해 복받을 기회를 놓치지 않았나 싶어 죄송합니다.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믿음의 눈으로 보면 고난 속에서도 축복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군 생활을 교훈 삼아 이제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제 꿈은 해외 선교사가 되어 세계 각지에 시온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군 복무를 통해, 아무도 하나님의 교회, 안식일, 유월절을 알지 못하는 곳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귀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번에는 미숙하거나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다음에는 흔들리지 않고 제 앞에 열어주신 길을 달려가겠습니다. 믿음의 눈을 뜨고 하나님만을 바라보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