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근무하고 있는 물류창고의 자물쇠는 초기에 설정한 4개의 숫자를 정해진 빨간 선에 정확히 맞춰야만 열립니다. 1200평 남짓한 커다란 창고를 손바닥보다 작은 자물쇠가 지키고 있습니다.
자물쇠는 주로 일찍 출근하는 이사님 아니면 저와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는 다른 직원들이 열었기에 마감을 담당하는 저는 자물쇠를 잠그기만 했지 근 5년간 직접 열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오랜만에 늦게 출근하기로 예정된 이사님을 대신해 남들보다 일찍 출근한 날이었습니다. 알고 있던 숫자 4자리를 정렬해서 자물쇠의 빨간색 선에 맞췄는데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에게 전화해 비밀번호가 변경된 적이 없다는 대답을 듣고는 자물쇠를 흔들어도 보고, 힘을 줘서 빼보기도 하며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몇 번을 시도해도 문이 열리지 않자 슬슬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비밀번호를 바꾸고 공유 안 한 거 아냐?’
‘날이 너무 추워서 자물쇠가 얼었나?’
‘5년 가까이 자물쇠를 안 바꾸고 사용해서 안에서 녹이 슬었나? 녹이 슬었으면 좀 미리미리 바꿔놓지, 다들 뭐한 거람.’
10분 남짓 추운 날씨에 입에서 입김이 새어나오고 콧등에는 서리가 내려앉은 듯 온몸이 차갑게 얼어붙었습니다.
“부장님, 왜 그러세요?”
외국인 직원이 뒤에서 저를 부르기에 자물쇠가 열리지 않는다고 말하며 비밀번호를 바꾸었는지 물었습니다.
“설마요. 아니에요. 바꾸지 않았어요.”
직원은 서투른 한국말로 또박또박 답하며 제가 이미 아는 사실을 재차 알려주었습니다.
“조금만 비뚤어져도 열리지 않아요.”
아니라고, 비뚤어지지 않았다고 짜증을 내며 자물쇠를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니 숫자 하나가 아주 살짝 빨간색 선에서 벗어난 것이 보였습니다. 외국인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제가 열어 볼게요.”
직원이 살짝 벗어났던 자물쇠의 키 버튼을 빨간 선에 맞춰 1밀리미터 정도 움직였을 뿐인데 굳게 잠겨 있던 자물쇠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열렸습니다.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직원을 보며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더불어 시온에서의 제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그동안 제 기준에 맞추어 ‘이 정도쯤은 이해해 주시겠지, 이 정도는 눈감아 주시겠지’ 하며 말도 안 되는 ‘나’만의 믿음 생활을 하고 있었던 모습들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습니다.
천국 문을 여는 비밀번호는 확실하고 방법도 정확합니다. 하나님께서 하라 하신 대로 새 언약의 절기를 지키고, 하나님께서 하라 하신 대로 잃어버린 내 형제자매를 찾고, 하나님께서 하라 하신 대로 선한 행실을 하며, 하나님께서 하라 하신 대로 형제자매를 사랑하고 섬긴다면 천국의 자물쇠는 쉽게 열릴 것입니다. 앞으로는 하나님의 뜻대로 행해서, 죄악과 고집에 눈이 가려 제대로 보지 못했던 천국 문의 자물쇠를 단번에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