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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반성문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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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손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읽는 것도 좋아합니다. 손 편지는 말로 다 전하지 못하는 진솔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 같습니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글씨는 소박하지만 진심을 충분히 전합니다. 편지 속에는 잊지 못할 소중한 순간들이 담겨 있어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도 한 줄 한 줄 읽다 보면 그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듭니다. 가끔은 편지 보관 상자를 열어보는 것만으로도 잊었던 기억들이 되살아납니다. 그래서 지금껏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받은 편지를 대부분 보관하고 있습니다. 모아둔 편지는 1년에 한두 번씩 다시 펼쳐 보고는 합니다.

    이번에도 여름휴가를 맞아 본가에 가서 편지 상자를 찾았는데 편지 상자 옆에 또 다른 상자가 하나 더 놓여 있었습니다. 상자 하단에는 ‘가족 편지 모음’이라고 쓰인 스티커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 속에는 저와 동생이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에게 쓴 편지들이 가득했습니다.

    읽어보니 대다수가 편지의 형식만 빌린 반성문이었습니다. 다시는 동생과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겠다, 내 마음대로 안 된다고 떼쓰지 않겠다, 엄마 아빠 말을 잘 듣겠다는 다짐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이런 내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또 동생과 싸웠고, 엄마 아빠 말씀을 안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다시는 동생과 싸우지 않겠다, 엄마 아빠 말씀을 잘 듣겠다고 썼습니다.

    부모님은 저 스스로 잘못된 행동을 돌아보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하시려고 반성문을 쓰게 하셨을 텐데, 달라지지 않는 저 때문에 얼마나 속상하셨을까요. 그래도 계속 용서해 주시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던 부모님의 인내와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껏 제가 큰 탈 없이 성장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하늘 부모님은 어떠하실까요. 하늘에서 죄짓고 이 땅에 와서도 같은 죄를 반복하는 저로 인해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요. 형제자매를 미워하지 않고 내 몸과 같이 사랑하겠다고, 부모님 말씀을 잘 따르겠다고 다짐하며 회개의 서신을 올리면서도 욕심에 이끌려 또다시 죄를 지었습니다.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면서 반성문을 쓰고 또 쓰는 철부지처럼요. 수백 번, 아니 수천 번을 용서해 주신 하늘 부모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더 이상 실수와 과오를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진정한 회개는 죄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지요. 저도 진정한 회개를 이루어 반성문이 아닌 감사의 편지를 올리고 싶습니다. 태산 같은 죄를 용서해 주신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을 기억하며, 식구들의 허물도 감싸줄 수 있는 장성한 자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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