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반딧불
2026.07.8630
글자 크기
박채운
가로등이 꺼진 골목,
어둠은 벽돌 틈마다 눅눅히 번진다
젖은 바람은 무너진 담장을 더듬다
쉰 숨결로 흩어진다
깨진 보도블록 사이, 웅크린 물웅덩이 하나
바람 한 조각을 삼키고 조용히 식는다
숨을 접은 공기 속
발끝마저 망설이는 틈
거기,
빛 한 점이 느릿하게 다가온다
바람도, 물도, 발자국도 아닌
가장 느린 떨림으로
반딧불 하나가 얼굴을 연다
흔들리는 몸, 어둠을 깁는 손짓
슬며시 빛이 번진다
골목 구석마다
숨죽인 눈길들이 피어난다
반딧불 하나,
떨리는 빛 하나가
세상의 가장 낮은 층을
조용히 어루만지고 있었다
가장 약한 몸으로
가장 깊은 어둠을
오래도록 꿰매고 있었다
가장 낮은 자로 오셔서
내게 빛을 비춰주신 이가 생각 나
하염없이 반딧불을 바라보다 새벽을 맞는다
주소가 복사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