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동네 축제에 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여드는 사람들로 여유 있게 걸을 수조차 없는 지경에 이르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나는 예전부터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숨이 막혔다. 남편에게 몸 상태를 설명하고 딸아이를 맡긴 후 인파를 빠져나와 무작정 걸었다.
“휴, 살겠다. 그런데… 여기 너무 좋잖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위 풍경이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평화롭게 떠가는 양떼구름이며 길가에 핀 금계국, 시(詩)가 담긴 액자, 잠깐 몸을 숨겨도 좋을 것 같은 돌담까지…. 경치에 취해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처음 시온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지금처럼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었다. 선하고 겸손한 하늘 가족들과 정갈한 시온, 그곳에서 듣게 된 진리 말씀은 세상에서 상처받은 내 영혼이 편히 쉴 수 있는, 안정한 처소를 찾았다는 안도감을 갖게 했었다. 그리고 시온에 좌정하신 하늘 어머니 품에 안겼을 때 나는 비로소 편안한 숨을 쉴 수 있었다. 잠깐 숨 돌릴 곳을 찾다가 마주한 풍경 덕분에 뜻밖의 추억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