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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시원한 바람

어머니의 고추밭에서

사도임이23.11.201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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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추가 빨갛게 익기까지
    사람 손이 얼마나 가는지
    생각해 본다.

    밭을 기경한 후
    비닐을 씌워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고
    예쁜 모종 사다가 심고
    물주고 약주고,
    좀 컸다 싶으면
    넘어질세라 지지대를 세워
    끈으로 묶어준다.

    탄저병 번질라 근심하며
    병든 고추 서둘러 따주고
    한 해 농사 망치치 않을까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한다.

    고추 따는 일은 오죽 고된가.
    통풍도 안 되는 고추밭에서
    뙤약볕 아래 어정쩡하게 허리를 숙인 채
    고추랑 같이 익어가며
    빨간 고추를 딴다.

    햇볕에 이리저리 뒤치며 말린 고추
    비오면 달려가 비 안 맞게 거두니
    그 정성이 자식농사 짓는 것과 매한가지다.

    “고추 값이 올해 금값이란다.”

    빤닥빤닥 투명하고 영롱한 태양초 앞에서
    도대체 사람 손이 얼마나 갔는지 생각해보다가
    어머니 손 한 번 쓱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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