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가 빨갛게 익기까지
사람 손이 얼마나 가는지
생각해 본다.
밭을 기경한 후
비닐을 씌워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고
예쁜 모종 사다가 심고
물주고 약주고,
좀 컸다 싶으면
넘어질세라 지지대를 세워
끈으로 묶어준다.
탄저병 번질라 근심하며
병든 고추 서둘러 따주고
한 해 농사 망치치 않을까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한다.
고추 따는 일은 오죽 고된가.
통풍도 안 되는 고추밭에서
뙤약볕 아래 어정쩡하게 허리를 숙인 채
고추랑 같이 익어가며
빨간 고추를 딴다.
햇볕에 이리저리 뒤치며 말린 고추
비오면 달려가 비 안 맞게 거두니
그 정성이 자식농사 짓는 것과 매한가지다.
“고추 값이 올해 금값이란다.”
빤닥빤닥 투명하고 영롱한 태양초 앞에서
도대체 사람 손이 얼마나 갔는지 생각해보다가
어머니 손 한 번 쓱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