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이었다. 어떤 물건을 찾으려고 서랍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원하는 물건이 보이지 않아 내친김에 정리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서랍 속 물건들을 끄집어냈다. 마지막 칸은 내 삶의 기록을 모아둔 공간이다. 유치원 졸업장부터 대학 졸업장, 증명서, 자격증…. 그리고 꽤나 두툼하게 모아둔 사진 뭉텅이가 있었다.
카메라에 취미가 있던 아버지는 가족들의 사진을 많이 찍어두셨다. 형과 욕조에서 목욕하는 모습, 놀이공원에서 엄마 품에 안긴 모습 등 내 어릴 시절 추억도 사진에 담겨 있었다.
초등학생 때만 하더라도 부모님과 함께한 일들로 가득했던 사진은, 시간이 흐를수록 부모님보다는 친구들, 학교 선후배,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변해갔다. 부모님과의 추억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에 왠지 모르게 서글퍼졌다.
엄마 생신 때 가족이 모여 케이크에 초를 꽂고 사진을 찍었다. 엄마는 핸드폰에 찍힌 자신의 얼굴을 보시며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었냐며 아쉬워하셨다.
‘진작 부모님과 사진 좀 많이 찍어놨으면 좋았을 텐데….’
젊은 시절의 부모님과 더 많은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오직 자녀들이 잘되기만을 바라시며 뒷바라지하신 부모님과, 손가락 한 번 살짝 움직이면 찍을 수 있는 사진조차 찍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날 엄마는 자식이 가져온 생일 케이크보다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보시며 행복해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