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무던히도 내린 휴일 아침, 늦게까지 이불 속에서 뒹굴뒹굴하다 일어나 보니 세상이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를 걷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여 중무장을 하고 밖을 나섰다.
낭만에 빠져 있는 나와 달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끙끙대며 눈을 치우고 있었다. 적잖은 연세에 고생하시는 경비 아저씨를 도와 내가 사는 동의 출입구에 눈을 치워 길을 내기로 맘을 먹었다.
무릎까지 쌓인 눈을 치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눈을 밀고 얼마 못 가 눈의 무게로 꼼짝하지 않아 멈추고, 나눠서 다시 밀어내기를 반복하는 동안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졌다. 머리에는 고드름까지 얼었다.
한 시간가량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작은 길을 내면서 기진맥진해졌다. 문득 영생의 길을 열어주신 하늘 아버지가 떠올라 눈물이 핑 돌았다. 사망의 길로 달려가는 자녀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기꺼이 당신의 생명을 내어주시며 영생의 길을 열어주신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한 마음 가득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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