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곳 도심 중앙에는 해발 356미터의 봉화산이 있습니다.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산으로 숲 정비가 잘 되어 있고, 안락하게 쉴 수 있는 의자나 평상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봉화산에는 사슴이 삽니다. 산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제가 사슴을 본 것만도 벌써 3번째입니다. 사슴이 혼자서 다니는 건 두 번 봤었고, 사슴 가족이 함께 다니는 것은 한 번 보았지요.
그런데 얼마 전, 사슴 대가족을 만났습니다. 바스락 소리에 얼른 고개를 돌렸는데 나무와 덤불로 무성히 가려진 숲속에서 사슴 두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사슴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사슴 같은 눈망울이란 표현을 드디어 제대로 알 것만 같았습니다.
가만히 사슴이 있는 숲속으로 몇 걸음 더 들어가 보니 사슴이 총 11마리 있더군요. 제가 천천히 다가갈수록 사슴들은 그만큼 멀어졌습니다.
야생동물이 인간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데 해코지할 생각이 전혀 없는 선한 저를 몰라보는 것이 조금 야속했습니다. 저는 단지 사슴을 조금 가깝게 지켜보고 싶었을 뿐이었거든요.
제가 사슴이 되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았습니다. 사슴의 거리두기는 당연했기에 저는 나무처럼 사슴의 배경이 되어 한참 서 있었습니다.
서로를 핥아주는 사슴들도 있었고, 낙엽을 들추면서 쉼 없이 먹이활동을 하는 사슴들도 있었습니다. 뿔이 멋진 사슴, 뿔이 작은 사슴, 뿔이 없는 사슴들도 있었습니다. 아기 사슴은 누워서 저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데 그 모습이 무척 귀여웠습니다.
이제 사슴을 뒤로하고 가던 길을 가려고 했을 때였습니다. 사슴 한 마리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제 곁으로 조금씩 다가왔습니다. 정말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왔지요.
사슴의 특성은 잘 모르지만 봉화산에 있는 사슴들은 정말 점잖고 차분했습니다. 사슴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손을 내밀어 사슴을 쓰다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사슴이 혹여나 놀랄까 봐 참았습니다.
사슴들에게 다음에 또 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하산하는데 하늘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자녀들이 혈육에 속했기에 자녀들과 같은 혈육으로 이 땅에 오신 부모님이십니다.
영적 부모의 존재를 알지 못하기에 나를 구원하러 육신 쓰고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간절함을 알 턱은 더욱이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자녀들의 손을 잡아보고, 또 품에 안아보고 싶어도 그리하실 수 없으셨습니다. 그저 자녀들의 배경이 되어서 자녀들을 지켜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언젠가는 다시 부모와 자녀 사이로 가까워지기를 기다려주셨지요.
하늘 죄인을 함부로 대하시는 법 없으시고 공손히 섬겨주셨습니다. 그 따뜻하신 음성과 눈빛에 저도 하늘 부모님께 조금씩 다가갈 수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늘 아버지와 하늘 어머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