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동네 모래사장에는 달랑게가 지천으로 있었다. 달랑게는 저 멀리 사람의 그림자만 보여도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갈 만큼 잽쌌다. 한번 잡아볼 요량으로 제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달랑게의 발놀림이 어찌나 야무진지 한 마리도 순순히 잡혀주지 않았다. 바짝 약이 올라 구멍을 파헤쳐본들 소용 없었다. 오히려 모래가 구멍을 막아 달랑게가 어디로 들어갔는지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럴 때 달랑게 잡는 방법은 따로 있었다. 게가 파놓은 구멍에 마른 모래를 붓는 것이었다. 마른 모래는 젖은 모래에 비해 색이 밝아서 달랑게를 찾는 이정표 역할을 해주었다. 하지만 마른 모래를 따라 한참 파내려가다 보면 손톱 밑이 아려왔다. 아래로 갈수록 굵은 모래와 조개껍데기가 많기 때문이었다. 그냥 포기할까 싶기도 하고 여기에 달랑게가 정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참고 끝까지 파면 손가락 끝에 닿는 게의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의 기쁨이란! 복음 길을 걷다가 어린 시절 달랑게잡이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마른 모래를 따라 그 주위를 파고 또 파는 것이 달랑게를 얻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복음 안에서도 서두르지 않고 어머니 교훈을 이정표 삼아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믿음의 길 끝에 맞닿은 천국 문 앞에 다다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