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무릎이 깨진 날을 기억한다. 우리 집 현관 앞 돌길에서였다. 어린애였으니 집에 다 왔다고 마냥 기분 좋아 뛰었다. 그러다 돌에 걸려 그대로 고꾸라졌다. 오른쪽 무릎 전체가 시뻘겠다. 숨넘어갈 듯 울자 엄마가 나왔다. 처방은 빨간약. 나에게 빨간약이란 공포의 대상이었으며, 그것을 바른다는 것은 아주 큰일 났다는 의미였다. 나는 하루 종일 죽을상이었다.
딱지가 앉았다. 처음 보는 딱지 구경에 재미 들렸을 때, 현관 앞에서 왼쪽 무릎을 또 찧었다. 쌍방이 아주 사이좋게 말이다. 엄마 아빠는 애가 약해서 픽픽 넘어진다고 맛없고 쓴 보약을 지었다. 그러나 약은 소용없었다. 난 정말 잘 넘어졌다. 하도 넘어지니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웬만하면 벌떡 일어났다. 심하게 넘어져서 친구들이 놀라면 툭툭 털고 일어나 “나 원래 잘 넘어져” 하고 오히려 내가 친구들을 달래야 했다.
한번은 마당에서 아빠가 불렀다. 마당에는 맨홀이 있었는데 공사 중이라 뚜껑이 반만 덮인 상태였다. 아빠만 보고 직행하던 내 몸이 아래로 훅 꺼졌다. 동시에 뭔가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아빠가 내 옷을 낚아챈 것이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시커먼 동굴 속에서 물이 콸콸 흐르고 있었다.
넘어지면 아프다. 안 넘어지면 더없이 좋겠지만 살면서 안 넘어질 수가 없다. 천국으로 가는 길. 상황에 부딪히고 사람에 걸리고 혼자 휘청거리다 넘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주 쓰러지지는 않는다. 주저앉을 것 같아도 마침내는 선다. 하나님께서 사랑의 손으로 나를 꽉 붙잡아주셔서다.
하나님만 믿고 가면 된다. 천국만 분명히 바라보면 된다. 그러면 실패와 상처가 대수는 아니다. 이 길을 멈추지만 말자. 모든 아픔도 상처도 영광이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