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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상처의 흉터를 남기지 않으려면

2020.06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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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장에 긁혀서 손의 살갗이 약간 벗겨졌다. 피도 나지 않고 아프지도 않아서 가볍게 넘겼다. 며칠 후 회사에서 일하다가 실수로 날카로운 물건에 손바닥이 긁혔다. 언뜻 보기에도 상처는 꽤 깊었고 피도 멈추지 않아서 급한 대로 흐르는 물에 지혈을 했다. 어느 정도 피가 멎은 후에는 약국에서 연고와 밴드를 구입해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꾸준히 치료했다. 세심하게 신경 쓴 덕분에 상처는 빠르게 나아서 평소처럼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핸드크림을 바르다 책장에 긁혔던 상처가 붉은 흉터로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반면 회사에서 다쳤던 상처는 흔적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깊은 상처를 입었을 때는 정성 들여 치료했지만 작은 상처에는 연고조차 바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흉터를 보며, 그동안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는지 돌아보았다. 큰 실수나 잘못을 했을 때는 상대에게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하고, 잘못을 반성하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사소한 말 한마디, 생각 없이 한 행동으로 상처를 받은 식구에 대해서는 ‘뭐 그만한 일로’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했다. 아무리 작아도 치료하지 않은 상처는 흉터를 남긴다. 내 오른손에 그날의 흉터가 남은 것처럼.

    시간이 갈수록 흉터는 옅어지겠지만 흉터가 준 깨달음은 마음 깊이 새겨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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