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몇 달 동안 왼쪽 눈 밑이 떨렸다. 예사롭지 않게 여겨 약물 치료를 받았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결국 정밀 검사를 받았다. 내친김에 평소 통증을 느끼던 목 부위까지 검사했다. 의사는 눈 떨림 증상의 원인은 가벼워 보이는데 오히려 척추의 인대가 굳어지는 후종 인대 골화증이 의심된다며 수술을 권유했다. 수술 날짜를 기다리는 동안 타일 바닥에서 미끄러져 팔꿈치가 골절되기도 하고, 계단에서 넘어져 무릎을 다치기도 했다. 모두 후종 인대 골화증 때문이었다.
친구와 여행 간 엄마를 제외하고 친정 식구들이 모인 날, 이만저만해 수술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화로 소식을 전해 들은 엄마도 큰 수술 아니냐며 걱정이 한 보따리였다.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가족들은 근심 가득한 표정을 거두지 못했다. 엄마 대신 새벽밥을 짓고 조기를 구워 아침상을 차려주신 아빠, 만사 제치고 간병해주겠다고 나서는 동생을 겨우 안심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음이 참 든든했다.
‘큰언니 예배 왔네. 작은언니 위해 기도하려고 왔대. 마음이 참 예쁘지.’
동생의 문자메시지에 깜짝 놀랐다. 자기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하나님을 잘 찾지 않던 언니가 수술을 앞둔 동생을 위해 기도하려고 교회에 왔다는 사실이 꿈만 같았다.
며칠 뒤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내 소식을 듣고 이모 걱정으로 훌쩍거리는 어린 딸을 데리고 교회에 갔다면서.
“아픈 너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기도라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교회에 갔어. 우리 가족이 함께 기도하면 네게 힘이 될까 해서….”
수술할 때까지 무리하지 말고 좋은 것 챙겨 먹으라는 언니의 다정한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언니, 기도해줘서 정말 고마워. 진짜 힘이 나.”
각자 가정을 꾸려 살다가도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자기 일처럼 걱정하며 전폭적인 응원과 정성 어린 기도로 간구해주는 존재. 가족은 이렇게 든든하고 힘이 되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