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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자녀를 위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기도해주시는 어머니

2020.06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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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된 군 생활은 이제 추억으로 남았지만, 여전히 마음 찡해지는 기억이 있다.

    내가 배치 받은 자대는 다른 부대에 비해 휴가 일수가 적었다. 그러다 보니 원하는 때에 휴가를 쓰려고 무조건 참으며 최대한 휴가를 미뤘다. 그렇게 6개월 정도를 버티고 처음으로 휴가를 나갔을 때 말도 못하게 행복했다.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리만치 빨라서 눈만 감았다 뜬 것 같은데 복귀일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이후에도 휴가만 나오면 시간이 몹시 빠르게 흘렀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부대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엄마는 오랜만에 집에 온 나에게 “왜 이렇게 휴가 안 나왔니? 휴가가 별로 없니?” 하고 물으셨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전역을 앞두고 마지막 휴가를 나와서야 엄마의 말이 신경 쓰였다.

    “엄마, 아들 보고 싶었지? 군대 있을 때 걱정 많이 했어?”

    “뭘 걱정해, 하나님께서 다 도와주시는데. 또 잘할 거라고 믿었지. 뭐든 잘해왔잖아.”

    웃으며 담담하게 말하는 엄마를 바라보다 가슴이 뭉클했다. 늦둥이인 나를 엄마는 애지중지 키웠다. 그런 아들이 군대에 간다고 했을 때 얼마나 걱정하셨을지 눈에 선하다. 어쩌면 나만큼 미루고 싶었
    을 입영일에 신병교육대로 들어가는 내 뒷모습을 보며 얼마나 많은 말을 삼키셨을까. 매일 보던 아들과 떨어져 지내는 동안 얼마나 보고 싶으셨을까. 나를 걱정하며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을 엄마의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그 기도 덕분에 내가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전역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감사하고 죄송했다.

    성경에는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롬 8장 26절) 하는 말씀이 있다. 우리보다 우리를 더 생각하시며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기도해주시는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계시기에 오늘도 복음의 길에서 축복을 받는 것이리라. 이제는 부모님께 근심 아닌 기쁨을 드리는 듬직한 아들이 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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