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Menu

깨달음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만든 동화

2020.06586
  • 글자 크기



  • 초등 방학캠프 때의 일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동화책 이어서 만들기를 했습니다. 주제는 열세 가지 어머니 교훈 중 일곱 번째 말씀이었습니다.

    ‘불만이 가득 차면 교만이 생깁니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을 섬기면 불만과 교만이 없어지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제가 먼저 시작하고 앉은 자리순으로 돌아가며 한 장면씩 이야기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은 재밌겠다며 눈을 반짝였습니다.

    도화지에 검은 점을 그리고 동화를 시작했습니다.

    “하얀 도화지 위에 검은 잉크가 한 방울 톡 떨어지면서 검은 점 투덜이가 태어났어요. 투덜이는 매일매일 투덜거렸어요. 투덜이가 하는 말대로 도화지 마을이 꾸며졌어요.”

    옆에 있던 아이가 제 말을 받았습니다.

    “투덜이가 ‘난 흰색이 너무 싫어’라고 하자 흰색 긍정이가 태어났어요.”

    갑자기 다른 아이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습니다.

    “선생님, ‘긍정이’라는 이름보다는 어머니 교훈에 있는 ‘겸손이’가 더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그것도 괜찮은데 이야기를 만드는 친구가 마음에 드는 이름을 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두 번째 장 이야기를 만든 아이가 겸손이란 이름도 좋은 것 같다고 했지만, 저는 모든 의견을 다 받아주다 보면 각자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못할까 봐 선뜻 이름을 바꾸자고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가위바위보로 이름을 결정하기로 했고 ‘긍정이’로 정해졌습니다. 겸손이로 바꾸자고 한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아이가 상처받은 것은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어머니 교훈처럼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고맙게도 아이는 제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팔등으로 눈물을 쓱 닦고는 다시 이야기에 집중했습니다.

    동화는 제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지어졌습니다. 스토리도 제법 튼튼했고요. 투덜이가 투덜대는 습관을 고치면서 동화는 끝이 나는데, 그 순간 아이들이 말했습니다.

    “선생님, 착하게 변한 투덜이의 이름을 겸손이로 하면 어떨까요? 아까 친구가 너무 아쉬워했잖아요.”

    한 아이가 의견을 내자 다들 너무 좋다고 했습니다. 아까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것이 투덜이가 겸손이로 바뀔 거라 그랬던 것 같다며 친구를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에 저는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어머니 교훈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친구의 마음을 살피고 위로할 줄 아는 아이들이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요. 아무리 귀한 보석도 이보다 더 아름답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마음씨가 따뜻한 아이들과 함께 동화를 만들며 어느새 제 마음에도 온기가 가득 찼습니다.

    이쯤 되면 다들 동화 내용이 궁금하실 것 같아 살짝 올려봅니다.


    제목: 우리가 만든 행복한 이야기

    하얀 도화지 위에 검은 잉크가 한 방울 톡 떨어지면서 검은 점 투덜이가 태어났어요. 투덜이는 매일매일 투덜거렸어요. 투덜이가 하는 말대로 도화지 마을이 꾸며졌어요. 투덜이가 “난 흰색이 너무 싫어”라고 하자 흰색 긍정이가 태어났어요. 투덜이가 날마다 불만을 터뜨리는 사이 새하얗던 도화지 마을은 점점 어두워졌어요. 그 바람에 지나가던 강아지가 투덜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발로 밟고 말았지요. 그렇게 투덜이는 강아지 몸에 붙어버렸어요.

    강아지 털에는 알록달록한 세균들이 살고 있었어요. 세균들은 지나가다 투덜이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넌 누구니?”

    “흥! 난 말 거는 거 싫어. 그리고 너희는 색깔이 정말 엉망진창이야. 저리 가!”

    세균들은 화가 나서 투덜이를 옥에 가뒀어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투덜이는 평생 이곳에 갇혀 있을까 봐 무서워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어요.

    “하나님, 투덜거려서 죄송해요. 다시 나간다면 마을을 깨끗하게 되돌려놓을게요. 저를 제발 꺼내주세요.”

    그때 긍정이가 투덜이를 찾아 세균 마을로 왔어요. 긍정이도 세균들과 마주쳤지요.

    “너희는 참 예쁜 색을 가졌구나. 정말 멋진걸!”

    긍정이의 칭찬에 세균들은 쑥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어요. 긍정이가 세균들에게 물었어요.

    “혹시 투덜거리는 검은 점을 보지 못했니? 그 애는 내 친구거든.”

    마침내 세균들은 긍정이의 부탁에 투덜이를 풀어줬답니다.

    “세균들아, 너희에게 나쁜 말을 해서 미안해.”

    “우리도 너를 가둬서 미안해.”

    투덜이는 세균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 뒤 긍정이와 함께 도화지 마을로 돌아갔어요.

    도화지 마을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어요. 투덜이가 없는 사이에 긍정이가 긍정적인 말로 마을을 아름답게 바꿔놨기 때문이죠. 투덜이도 아름다워진 마을을 보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어요. 투덜이는 어느새 겸손이로 변해 있었답니다. 겸손이가 된 투덜이가 긍정이에게 말했어요.

    “우리 함께 마을을 아름답게 만들어가자.”

    “그래, 좋아.”

    겸손이와 긍정이가 도화지 마을을 얼마나 아름답게 꾸며놓았을지 우리 함께 구경 가볼까요?
    더 보기
    뒤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