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 이어지는 ‘골든위크’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황금연휴입니다. 마침 한국도 5월 초에 공휴일이 많았습니다. 그야말로 저희에게는 황금 같은 기회였습니다. 일본으로 가서 마음껏 진리를 외칠 기회요.
이 기간을 활용해 미야기현 센다이시로 단기선교를 다녀오기로 계획한 8명의 선교단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직장인이고 해외 선교가 처음이었으며, 그전까지는 해외 선교가 자신의 사명이 아닌 줄 알았다는 것입니다. 1년여 전부터 주변 식구들이 활발하게 일본 선교를 다녀오는 모습을 지켜봤고 시온의 향기도 많이 들었지만 언어가 부족하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망설였습니다. 해외 선교는 앞선 식구들이 맡은 역할이라 여기며, 서투른 믿음으로 나섰다가 자칫 민폐만 끼칠까 걱정하던 식구도 있었습니다.
언제까지고 기다린들 최적의 기회가 오는 건 아니었습니다. 믿음의 여정에서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선 발을 떼야 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도전해 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용기를 냈습니다. 같은 당회 소속이지만 서로 개성도 다르고 연령도 달라 다채롭고도 즐거웠던 센다이 전도 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들 합니다. 특히 부산에서 대마도까지는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어 더 친숙하게 느꼈는데 동북 지역에 위치한 센다이로는 가는 데만 거의 하루가 걸렸습니다. 우선 김해국제공항에서 2시간 반을 날아 나리타 국제공항에 도착해, 그곳에서 도쿄까지 버스로 1시간 40분을 달렸습니다. 도쿄에서 또 2시간 20분가량 신칸센(일본 고속철도)을 타고 센다이에 도착했습니다. 복잡한 여정이었지만 당회 식구들과 오붓한 추억을 만든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간판이나 이정표의 언어가 일본어라는 것만 빼면 부산 인근 도시와 풍경도 비슷해서 신기했습니다.
센다이 역에 도착하자마자, ‘센다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한글과 일본어가 병기된 피켓과 꽃목걸이를 든 분들이 저희를 반겼습니다. 센다이 시온 식구들이었습니다. 부족하지만 하늘 어머니의 사랑과 복음의 활기를 전하고 오자는 다짐만 했지 사랑을 받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덕분에 처음 만나는 식구들인데도 하늘 가족의 정을 듬뿍 느꼈습니다.
한국에서 틈틈이 공부한 일본어로 인사를 건네며 8일, 이동 시간을 제외하면 엿새가량의 단기선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전도는 다 똑같겠거니 하며 처음이라는 두려움보다는 열정과 담대함으로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영 달랐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매우 신중한 성격이어서 그런지 외국인인 저희와 눈도 쉽게 마주치지 않았고, 겨우 진리를 들어도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다며 결국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먼저 일본을 다녀간 다른 식구들은 축제처럼 바쁘고 왁자지껄하게 전도했다는데, 예상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당황스러웠습니다.
현지 식구들은 미숙한 저희에게 좋은 본이 되어주었습니다. 최대한 겸손하고 밝은 모습으로, 한명 한명에게 조용하면서도 예의 있게 인사하고 그분에게 집중해 정성스럽게 말씀을 전했습니다. 저희가 어떤 방식으로 전도하려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곳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성향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저희도 사람들에게 격식을 갖춰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말이 안 통하면 손짓발짓과 번역기를 사용해 가며 진리를 들어보라고 권했습니다. 간절함이 통했는지, 사람들이 조금씩 저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첫날부터 센다이 시온에서 새 생명이 탄생하는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시온 근처에 위치한 도호쿠대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은, 새 언약 유월절과 침례를 통해 영생의 축복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는 “영생을 얻을 수 있다면 왜 고민하죠?”라며 흔쾌히 시온으로 발걸음을 옮겨 침례를 받았습니다. 비 오는 날 만난 한 여성분은 유월절이 재앙에서 보호받는 하나님의 인이라는 설명을 듣고 반색하며 자신도 지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배 속에 있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필요하다면서요. 한국으로 유학 올 예정이라 더욱 반가웠던 또 다른 여성분도 겸손하게 진리를 살피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물리적 제약, 부족한 언어, 사람들의 성향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내 양은 내 음성을 듣는다’는 말씀처럼, 진리의 가치를 알고 말씀 살피기를 좋아하는 영혼들이 기다렸다는 듯 하나님께로 나아왔으니까요. 일본 선교를 다녀온 식구들이 말했던 축제 분위기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저절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으니 안 그러려고 해도 자꾸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선교 기간 같이 먹고 자면서 부딪히는 부분이 없을 수는 없고, 복음 경험도 저마다 다르기에 무언가 결정하려 하면 미묘하게 의견이 나뉠 때도 있었습니다. 자칫 서운하거나 마음이 상할 만한 상황이 심심찮게 찾아왔지요.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알차게 사용하려면 무엇보다 단원끼리 마음이 통해야 했습니다. 서로 간에 의견 차이가 있을 때마다 모두가 목적의식을 되새겼습니다. 저희가 센다이에 온 이유는 이곳에 있을 하늘 가족을 찾기 위해서라고요. 매일 밤 숙소에서 모임을 통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어깨를 다독이며 지금 저희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계속 상기했습니다.
어떤 일에 마음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지 명확해지자 부차적인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다소 답답한 일이 생기더라도 하루쯤 참고 다음 날 눈을 뜨면, 아쉬움보다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애쓰는 식구들에 대한 애틋함과 끈끈함이 더 커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내와 배려, 양보 등 부족했던 면을 채워갔습니다.
무엇보다 저희는 어떻게든 센다이 시온에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규모가 큰 교회에만 있다가 작은 지교회에 와보니 저희가 얼마나 풍족하게 지내왔는지, 일꾼 한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현지 식구들은 전도, 봉사 모든 면에서 일당백이었습니다. 눈물겹도록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와 같은 형제자매 찾기를 절실히 바라게 되었습니다. 비록 인원은 적지만 누구 하나 뒤로 빠지지 않고 하나님의 일에 앞장서는 현지 식구들에게 힘을 더하려 더 크게 구호를 외치고, 더 많이 웃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말씀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이곳에서 함께 동역할 형제자매를 찾게 해달라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도했습니다.
7박 8일의 일정은 순식간에 마무리됐습니다. 현지 식구들은 저희가 돌아간 뒤에도 새 식구들과, 계속 진리를 살피기로 한 분들에게 부지런히 말씀의 꼴을 먹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저희도 귀국하고 100일의 기한을 정하고 그 영혼들과 센다이 시온을 위해 마음 모아 기도했습니다. 몇 주 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말씀 공부 중이던 한 분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예배까지 드렸다고요. 그렇게 저희는 센다이에서 6명의 하늘 가족을 찾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희가 노력한 것에 비해 과분한 축복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저희에게 늘 풍성한 축복을 주시려 했는데 깨달음이 더딘 저희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핑계, ‘다른 식구가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복받을 기회를 미뤄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걱정을 던지고 예언의 무대에 뛰어들어 보니, 밖에서 바라만 보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기적의 현장이 펼쳐졌습니다.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자신감도 부족했던 저희에게 복음의 도구로 충분히 쓰일 자격이 있다고, 앞으로도 복음을 위해 할 일이 남았다고 하나님께서 알려주시는 듯해 감사하고 기쁜 시간이었습니다.
그간 많은 식구들이 저희처럼 짧게나마 일본 선교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길어야 열흘 정도인 짧고 산발적인 노력이지만, 자녀들의 연합과 헌신을 가장 기뻐하시는 하나님께서는 계속해서 많은 열매를 허락하시며 작은 정성을 크게 여겨주셨습니다. 얼마 전에는 일본에 새로운 지교회가 세워지는 꿈만 같은 일도 생겼습니다. 이런 일이 이뤄지기까지 개인 일정을 조정해 단기선교단과 함께해 주고, 저희를 대신해 깊이 있는 말씀을 꾸준히 전해주며, 복음 일선에서 봉사와 헌신을 아끼지 않은 현지 식구들의 역할도 컸습니다. 바다를 건너, 천국 복음 완성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뭉친 자녀들의 연합을 기특히 여기신 하나님께서 주신 결실이라 믿습니다.
앞으로 저희가 서 있는 장소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목적지는 같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하늘 형제자매와 함께하는 영화로운 천국입니다. 이제는 방관자가 아닌 주인공으로서, 매일이 하나님께서 주신 복음의 무대이자 축복받을 ‘골든타임’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천국을 향해 꾸준히 전진하겠습니다.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기보다 일단 한 발자국 내디뎠을 때 하나님께서 모든 이야기를 완성해 주시리라 믿고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