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바라던 해외 장기선교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쉼 없이 열정을 쏟아부을 줄 알았습니다. 현실은 달랐습니다. ‘오늘이 아니면 이 영혼을 다시 만나지 못할 수 있다’는 절박함은 현지 생활에 적응하면서 점점 무뎌졌습니다. 때때로 오는 단기선교단이 오랫동안 해외에서 사명을 감당하는 저를 부러워하는 반면 정작 저는 온 힘을 다해 단기선교에 임하는 식구들의 열정이 부러웠습니다.
그런 저에게 특별한 기회가 허락되었습니다. 코스타리카로 8일간의 선교를 떠나게 된 것입니다. 멕시코에 이어 콜롬비아에서 장기선교를 해온 저의 첫 단기선교였습니다. 이 짧은 여정은 타성에 젖은 제 영혼을 일깨우고, 전도자의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 알려주었습니다.
‘중앙아메리카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코스타리카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곳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2시간을 날아가 도착한 코스타리카 산호세의 첫인상은 모든 걱정이 사라질 만큼 좋았습니다. 특히 하늘은 맑고 햇볕은 강하지 않아 “열매 맺기 좋은 날씨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 기간 중 현지에서 온전히 전도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산호세 시온 당회장님 내외와 저뿐이었습니다. 중앙아메리카에서 꽤 오랫동안 생활해 왔는데도 코스타리카는 미묘하게 분위기가 달라 조금 긴장되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도에 나섰습니다. 어머니 하나님을 전한다는 저희 말을 듣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정된 기간을 생각하면 이것저것 재고 망설일 시간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다시 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이곳에서 절대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중심을 다잡고, 밝고 활기찬 미소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간절함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그러자 발걸음을 멈추고 진리 말씀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겼습니다.
그중에서 진리에 유독 관심을 보이는 중년 여성 한 분을 만났습니다. 저희가 전하는 말씀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는데, 알고 보니 오랫동안 진리를 찾아 방황하고 있던 영혼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잘 알고 싶어도 목회자들이 성경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고, 그들의 모순적인 모습에 회의감을 느껴 교회에 가지 않고 있었다더군요. 성경으로 어머니 하나님의 존재와 하나님의 규례를 하나하나 살피며 오랜 영적 갈증을 해소한 그분은 순종으로 새 생명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이분이 이베트 자매님입니다. 자매님은 침례를 받고 나서 꾸준히 시온에 나와 성경을 상고했습니다. 참과 거짓을 분별하고서는 즉시 가족들에게 진리를 전했고, 바로 그 주에 모친과 아들을 시온으로 인도했습니다. 진리를 사모하고 엘로힘 하나님을 사랑하는 귀한 영혼을 찾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순식간에 여정을 마치고 콜롬비아로 돌아온 뒤에도 코스타리카에서 기쁜 소식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자매님이 남편과 딸, 여동생까지, 한집에 살고 있는 가족을 모두 구원의 길로 인도한 것입니다. 가족이 침례를 받을 때마다 다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이 한 장 한 장 늘어나는 것을 보며 자매님은 진심으로 기뻐했다고 합니다.
자매님은 유월절을 온전히 지키려 수일 전부터 야근하며 업무를 처리할 만큼 규례를 소중히 여깁니다. 매주 온 가족이 목회자에게 성경 말씀을 배울 때면 일정상 저녁 식사가 늦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오히려 영의 양식을 먹여줘서 감사하다며 겸손하게 인사하고요. 하나님의 말씀을 귀하게 여기며 그 가르침에 순종하는 자매님과 가족들이 코스타리카 복음을 이끄는 일꾼으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짧은 시간 코스타리카 복음을 경험하며 열매뿐 아니라 귀한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사실 산호세에서 처음 전도한 날, 한국인끼리 하는 전도가 왠지 모르게 어색했습니다. 게다가 대다수의 산호세 사람이 좋은 환경 때문인지 현재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기에 이곳에서는 복음의 결실을 얻기 어렵다는 고정관념도 저를 주춤거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당회장님 내외는 전도를 나갈 때마다 늘 힘차게 각오를 다졌습니다.
“코스타리카를 구원합시다! 힘냅시다!”
그동안 비록 둘뿐일지라도, 당장 결과가 없더라도 천국 복음 완성을 위해 꾸준하고 힘차게 복음의 터를 가꿔 왔을 모습이 그려져 뭉클했습니다. 잠깐 머무는 제게 가장 좋은 방을 내어주고, 제 입맛을 고려해 음식을 직접 차려주는 모습에서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이 듬뿍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 사람들도 시온에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사랑을 누리면서 다가올 영원한 영적 미래를 준비해야 할 텐데, 잠시뿐인 눈앞의 행복에 젖어 가장 귀한 축복을 놓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루하루 간절함이 깊어지는 만큼 콜롬비아로 돌아갈 시간이 야속하리만치 빠르게 다가와 마음이 타들어가는 듯했습니다.
예정된 시간에 따라 복음의 길을 걸어가신 하늘 아버지께서도 이토록 애타는 마음이셨을까 싶었습니다. 시온으로 돌아온 식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넣어 매일 밤 기도를 드리면서, 한순간도 저를 잊지 않고 기도해 주시는 하늘 부모님의 심정이 사무치게 와닿았습니다. 지금 이렇게 영광된 축복의 자리에 서 있는 것 또한 아버지 어머니의 은혜와 사랑 덕분임을 가슴 깊이 새겼습니다.
코스타리카 단기선교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복음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환경이나 상황이 아니라 끝까지 식지 않는 열정이라는 것을요. 뜨거운 심령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지만, 잃은 자녀를 향한 아버지 어머니의 애끓는 심정을 잊지 않는다면 잠시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언제나 간절하게, 열과 성을 다해 전도자의 사명을 다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콜롬비아로 돌아온 뒤, 오늘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영의 형제자매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유 시간이 잠깐이라도 생기면 전도에 나서는데 그렇게 만난 한 영혼이 매주 시온에 와서 진리를 깨달아 가는 중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콜롬비아에 자리 잡기 전에 긴 시간 지냈던 멕시코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4년 전 제가 말씀을 몇 번 전했던 청년이 최근에 시온 식구를 만나 진리를 영접했다는 것입니다. 자매님이 침례를 받기 전, 저와 함께 말씀을 살폈던 것을 기억한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찾아보니 제 휴대폰에도 자매님과 처음 만난 기념으로 함께 찍은 사진이 남아 있었습니다. 얼마나 반갑고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말씀의 씨앗이 먼 훗날에라도 싹을 틔우고 결실할 수 있는데 어찌 복음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깨달음과 축복을 소중히 간직하며 언제까지나 열렬히 복음을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