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미
기르고 있는 토끼가 새끼를 낳을 때가 되자 분주해졌다. 자그마한 상자를 만들어 토끼장 안에 넣고 바깥쪽은 바람막이 비닐도 쳤다. 어느 날 마당에서 한참 있다 들어온 남편이 “와, 토끼가 털을 엄청 뽑아놨어!” 하며 놀라워했다. 자못 궁금해진 나도 조심스레 토끼장 안을 들여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미 토끼 주변에 어디서 났을까 싶을 정도로 털이 수북했다. 곧 태어날 새끼를 위해 자기 몸의 털을 뽑아 포근한 보금자리를 꾸민 것이다. 뭉텅뭉텅 털이 빠진 어미 토끼는 전보다 볼품없고 훨씬 수척해 보였다. 태어날 새끼를 위해 희생하는 어미의 본능적인 사랑에 마음이 짠했다.
작은 동물에게 허락하신 모성애도 감동을 주는데, 모성애의 근원이신 하늘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은 얼마나 크고 깊을까. 자녀의 생명을 가장 귀히 여기시기에 모든 고통을 감내하시는 어머니의 은혜를 한시도 잊지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