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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가시풀

2025.0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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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을 가다 보면 옷자락에 가시풀이 붙어서 살을 찌르곤 한다. 저녁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발목이 따가운 느낌이 들어 살펴보니 여지없이 가시풀이 붙어 있었다. 보통 손으로 떼어내면 잘 떨어지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가시가 날카로워 잡는 순간 깜짝 놀랄 만큼 손이 따끔했다. 가시가 살짝 박힌 듯했다. 너무 아파서 당장 빼려고 해도 주위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으니 그 상태로 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 따가워서 집까지 얼마 남지 않은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졌다.

    집에 도착해서 확인하니 1밀리미터도 안 되는 작은 가시가 박혀 있었다. 환한 불빛 아래서 뽑아내자 가시는 금방 빠졌고 아픔도 이내 사라졌다. 잘 보이지도 않는 조그만 가시에 정신이 온통 사로잡혀 있었다고 생각하니 그 순간의 내가 조금 우스웠다. 집 가까운 곳에서 이런 일이 생겨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하나님께 감사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가시에도 큰 아픔을 느끼는 나의 연약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이것이 비단 나의 일만은 아니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 그런 작은 가시를 품고 살아가고 아주 작은 가시가 건드려지면 쉬이 아픔을 느낀다. 또한 그렇게 작고 별것 아니라고 생각해 상대의 아픔은 아무렇지 않게 대하고 배려하지 못하다 상처를 주기도 한다.

    각자의 연약한 1밀리미터를 알아보고 보살펴 주는 것, 그것이 내가 실천해야 할 사랑임을 깨달았다. 하늘 어머니의 사랑을 이어받아 식구들을 살뜰히 챙기는 자녀가 되도록 더욱 애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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