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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섬기는 선임

2025.03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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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 선배들이 연달아 퇴사하며 엉겁결에 선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미숙한 저를 선임으로 대우해 줘서 쑥스럽기도 했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기분이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선임이라는 이유로 제 담당이 아닌 일까지 신경을 써야 하고, 후임들의 실수를 제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저와 관계없는 업무의 뒤처리가 미숙했다는 이유로 윗사람에게 한마디를 듣기도 하고 “후임 관리 잘하라”는 주의도 받았습니다.

    선임이 되고 싶어서 된 것도 아닌데 왜 제게 책임을 묻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억울한 마음도 들었고요. 제가 맡은 업무에 신경 쓰다 보면 다른 일까지 세세히 돌보지 못하는 게 당연한데 제게 관리자 역할까지 요구하니 부담스러웠습니다. 게다가 동료 중에는 저보다 오래 근무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업무가 전달되지 않거나 근무 환경이 어수선할 때 쓴소리를 듣는 사람은 저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께서는 제가 무엇을 깨닫기를 바라실지 고민하던 중 어머니 교훈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님은 섬기러 이 땅에 오셨습니다. 섬김받기를 원하지 않고 서로 섬기는 마음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마음입니다.”(어머니 교훈 열두 번째)

    하나님께서는 구원자이심에도 인생들을 섬기는 본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런 하나님의 자녀로서, 책임을 짐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해 보기로 다짐했습니다. 업무 뒤처리를 어려워하는 후임들을 도와주고, 서툴게 일처리를 해도 감싸주었습니다. 업무 시작 전에는 “잘 부탁드릴게요, 여러분을 믿습니다!”라며 응원의 말을 건넸습니다.

    전에 지적받은 뒷정리는 퇴근 15분 전부터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청소도구가 한정적이라 몇 사람이 청소를 하면 몇몇은 다른 정리를 하게 됐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다들 맡은 일을 하니까 공평할 것 같았는데, 직접 빗자루를 들고 청소한 직원들은 퇴근 시간이 늦어져 아쉽다는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마무리는 제가 할 테니 시간 맞춰 퇴근하라고 말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은 먼저 도맡으신 아버지 어머니가 생각나서였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생각하며 한 사람도 억울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려고 한 행동이었는데 의외의 일이 이어졌습니다. 저를 본 후임들이 퇴근 시간이 지나도 자의로 청소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생각지 못한 행동에 놀라고 뭉클하기까지 했습니다.

    이후로 후임들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들 정리도 신경 써서 하고 부탁하지 않은 사소한 일도 자발적으로 하는 등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아낌없이 칭찬했더니 업무 분위기가 더 좋아졌습니다.

    여러 직장을 다니며 선임의 위치에 있게 된 건 처음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앞선 사람이란 명령하고 나무라는 사람이 아니라 섬겨주고 올바른 본을 보이는 사람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하나님 뜻을 따라 영육 간 섬기는 선임이 되어 모두의 마음에 하나님의 사랑을 심어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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