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희 가족은 일주일에 한 번 가까운 산을 찾습니다. 같이 등산하면 화합도 하고 활동량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좋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낮은 산부터 차근차근 시도하면 아이들도 금방 잘 오르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욕심이 앞섰나 봅니다. 평소 활동적인 둘째 아이는 힘든 내색 없이 잘 따라왔지만 첫째 아이가 어려워했습니다. 아이를 생각해 거의 산책에 가까운 코스를 선택했는데, 아이는 5분만 지나도 힘들다며 잠시만 쉬어 가자고 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먼저 올라가면 따라오겠지 하고 첫째를 내버려두었습니다. 저희는 먼저 올라가서 마냥 기다리다가 아이가 도착하면 곧바로 출발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아이도 저희도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저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아이에게 왜 이렇게 못 올라오냐고, 이 정도가 뭐가 힘드냐고, 가족의 화합을 위해 힘 좀 내보라며 쓴소리를 마구 뱉었습니다. 아이가 울먹이며 대답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힘들고, 하나도 즐겁지 않은데 이게 무슨 가족의 화합이에요!”
아이의 말을 듣고 잠시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이 정도면 쉽다’는 판단은 내 기준일 뿐 초등학생인 아이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니 한없이 미안해졌습니다.
그동안 시온에서도 식구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연합이라는 명목 아래 내 멋대로 정한 기준으로 식구들을 판단하며 식구들의 불편함을 외면한 건 아닌지 돌아보았습니다. 아울러 잘 따라오지 못하는 자녀들이 많이 답답하셨을 텐데 늘 잘한다 해주시는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는 그저 감사하고 죄송했습니다.
그 뒤로 등산할 때는 조금 답답하더라도 처음부터 아이와 보조를 맞추었고 아이가 힘낼 수 있도록 칭찬도 자주 했습니다. 힘들어할 때마다 손을 잡고 끌어주면서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천국 길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식구들의 처지와 형편을 헤아리며 함께 걷고 도우면 어쩌면 힘은 좀 더 들겠지만 더 즐겁게, 더 빨리 천국에 도착할 것이라고요. 가족 등산을 통해 귀한 깨달음 주시고, 부족한 저를 오늘도 몇 번이고 참아주시는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