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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은혜 갚은 고양이

2025.0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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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년 전의 일이다. 단독주택인 우리 집에는 사시사철 다양한 손님들이 방문했다. 봄에는 나비, 집게벌레, 노래기, 여름에는 귀뚜라미, 매미, 거미 등이었다. 가장 골칫거리는 쥐였다.

    하루는 엄마와 함께 쥐와 벌레를 잡으려 옥상에서부터 화장실, 창고까지 구석구석 살충제를 뿌리고 약을 쳤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야옹” 하는 소리가 났다. 우리 집에는 고양이가 없었기에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고양이 울음소리는 새벽까지 이어지다 어느 순간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절규로 변했다. 잠에서 깬 엄마가 황급히 밖으로 달려 나갔다. 나도 엄마를 따라 옥상으로 향했다. 엄마는 옥상 물탱크 쪽에 손전등을 비추고서 “아이고, 이를 어째!” 하며 다급하게 손을 뻗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다가가니 아기 고양이가 물탱크에 빠져 허우적대는 광경이 보였다. 어미 고양이는 아기 고양이를 살리려 애타게 부르짖고 있었다. 엄마는 급히 아기 고양이를 건져내 수건으로 닦고 심장 마사지를 해주었다. 방으로 데리고 들어와서는 드라이기로 한참 동안 말려주었다. 마침내 아기 고양이가 숨을 내뱉었다. 아기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들어온 어미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를 오랫동안 핥아주었다. 어미 고양이는 고마운지 연신 엄마를 쳐다보다 아기 고양이와 자리를 떠났다.

    얼마 후 신기한 일이 생겼다. 더 이상 집에 거미줄도, 귀뚜라미도, 쥐도 보이지 않았다.

    ‘살충제가 효과가 있나?’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늘 약을 쳐도 벌레가 계속 나왔기 때문에 기이하다고 여겼다. 며칠이 지나 그 이유를 알았다. 고양이가 은혜를 갚은 것이었다. 고양이는 우리 집 골칫거리 쥐와 벌레들을 하나둘씩 물어왔다. 고양이 덕분에 우리 가족은 쥐와 벌레의 괴로움에서 해방되었다. 엄마는 “너희도 은혜를 갚을 줄 아는구나” 하고 고양이들을 대견해하며 오랫동안 밥을 챙겨주었다.

    이 땅의 미물들도 은혜를 받으면 갚을 줄을 안다. 나는 나를 사망에서 구원해 주신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 은혜를 갚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럽다. 이제라도 아버지께 어머니께 보답해 드리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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