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인 아들은 자연 속에서 노는 걸 좋아합니다. 워낙 곤충과 물고기를 좋아하다 보니 아침에 깨끗한 옷을 입고 나가도 흙이 묻고 얼룩투성이가 되어 돌아오기 일쑤입니다.
문제는 옷가지를 그냥 세탁기에 넣으면 얼룩이 그대로 남아 세탁하지 않은 옷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어두운 옷은 그나마 눈에 덜 띄지만 밝은 옷은 얼룩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여러 번 빨아도 얼룩이 남은 옷들을 다시 입힐 수 없어 한곳에 쌓아두었다가, 날을 정해 얼룩을 지웁니다. 얼룩이 묻은 자리에 얼룩 제거 스프레이를 뿌리고 과탄산소다와 베이킹소다를 희석한 뜨거운 물에 하루 담가둔 뒤 삶기 코스로 다시 세탁합니다. 그러고 나면 얼룩이 지워져 깨끗해지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데 바로 주름입니다. 아무리 힘껏 잡아당겨도 주름이 펴지지 않으니 꼭 다림질을 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입을 수 있는 상태의 옷으로 돌아옵니다.
얼룩을 지우며 대속죄일에 죄를 사함받는 과정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작은 얼룩이 묻은 옷도 여러 단계의 세탁과 다림질을 거쳐야 깨끗해지는데, 하늘과 땅에서 지은 모든 죄를 대속죄일을 통해 단번에 깨끗하게 씻어주신 하나님의 희생이 얼마나 클지 감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검고 붉은 자녀들의 죄악들을 희고 깨끗하게 씻어주시기까지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오롯이 감당하셨을 고통의 시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천국 데려가시려 자녀들에게 희고 깨끗한 옷을 입히시는 아버지 어머니의 가없는 희생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