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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어머니와 자녀의 연결고리

2024.1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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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채칼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채칼에 다친 적도, 누군가가 채칼에 다친 것을 본 적도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채칼을 보기만 해도 손을 베일 것만 같은 두려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채칼을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엄마에게 그 이야기를 했을 때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엄마가 저를 임신했을 때 채칼을 사용하다 크게 다쳤다는 것을요. 손을 베어 피를 많이 흘렸고 병원에 가서 상처를 봉합하는데 임신 중이라 약을 사용할 수 없어 마취도 못한 채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엄마는 그때의 고통이 뱃속에 있던 저에게 전해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태아 때의 기억이 무의식에 남아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채칼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요.

    엄마의 말대로, 채칼을 써본 적도 없는 제가 채칼에 공포심을 느끼는 것은 엄마의 뱃속에서 엄마와 함께 겪었던 고통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태아일 때 엄마가 느꼈던 고통을 함께 느끼고 성인이 된 지금도 무의식 중에 그 고통을 기억한다는 것은 세상 어떤 학문으로도 증명하지 못할 엄마와 자녀의 연결고리 같습니다.

    어머니와 자녀 사이의 유대 관계는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깨닫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섭리라 믿습니다. 하늘 어머니의 자녀라면 어머니께서 아파하실 때 함께 아파해야 하고, 어머니께서 슬퍼하실 때 함께 슬퍼해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하나님의 자녀로 부르심을 받고서도 어머니의 고통과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고, 어머니의 슬픔을 남의 일인 양 보고만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우리를 위해 친히 이 땅에 오셨고 우리가 당해야 할 고난을 대신 당해 주셨음을 잊은 채 살았습니다. 하늘의 죄인으로서 마땅히 당해야 할 고난을 피하기에 급급하고 편한 길로만 가려 했습니다.

    어머니의 자녀로서 어머니의 아픔에 공감하고 어머니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은 우리가 어머니의 자녀임을 증거하는 증표이자 어머니와 우리를 이어주는 영적 연결고리가 아닐까 합니다. 자녀 위해 온 생애를 희생하시고 지금까지 기다려주시며 끊임없이 사랑해 주시는 어머니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는 어머니와 더불어 슬퍼하고 기뻐하며 복음의 고난과 영광에 함께하는 자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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