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Menu

은혜의 울타리

고추 쭉정이

2024.11215
  • 글자 크기




  • 명절에 친정집에 가서 고추 따는 일을 잠깐 도와드렸습니다. 낮에는 너무 더워 쓰러질 것 같았는데 엄마는 오늘 따지 않으면 더 병들 것 같다며 고추를 따고 계셨습니다. 따면서 보니 병든 것들이 반 이상이었습니다. 가뭄이 들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길이도 굵기도 예년만 못했습니다.

    고추를 따면서 좋은 것은 자루에 담고 병든 것은 바닥에 버렸습니다. 병든 고추를 그대로 두면 멀쩡한 고추들도 병들게 된다고 했습니다. 병든 고추는 벌레가 먹어서 구멍이 난 것도 있고, 색깔이 변한 것도 있었습니다. 꽉 찬 자루를 아빠가 가져가고 나자 엄마는 바닥에 버려진 병든 고추들도 자루에 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대로 두면 고추 줄기까지 병든다고 한 곳에 담아서 따로 버렸습니다.

    일을 하면서 가라지와 알곡의 비유가 생각났습니다. 알곡은 모아서 곳간에 들이고, 가라지는 따로 모아서 불태운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농부가 원하는 것은 알곡이지 가라지도 쭉정이도 아닙니다. 알곡도 쭉정이도 한 줄기에 달려 있었지만 운명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저의 모습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진정한 알곡으로 자라나고 있는지, 아니면 세상에 물들어 병들어 가고 있지는 않은지요. 결말을 확실히 알게 된 지금, 농부의 정성으로 가뭄 속에서도 건강히 자라난 고추처럼 저 또한 하늘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을 잊지 않고 시험과 역경을 이겨내 알곡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도록 늘 생명수 말씀을 가까이하는 자녀가 되렵니다.
    더 보기
    뒤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