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전 가슴에 품은 다짐입니다. 처음에는 일이 술술 풀려 모든 게 쉬울 것만 같았습니다. 신병교육대에서 엄격한 통제 아래 받는 훈련이 고되긴 해도 상부에 보고 후 조용한 장소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식사 전에 기도하고 개인정비 시간에 성경 공부를 하는 제 모습을 보고는 신앙심이 깊어 보인다고 말하는 동기도 있었습니다. 그중 성경에 관심을 가질 동기도 있으리라 생각하며 말씀을 알려주려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동기들은 친해질수록 오히려 제 신앙을 가벼이 여기며 제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았습니다. 자신감이 점점 줄었습니다. 생활관 안에는 하나님 말씀에 귀 기울일 사람이 없는 것 같아 말씀을 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훈련 4주차가 되었을 즈음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한 동기가 다가와 평소 종교나 성경에 관심이 많다며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왜 아담이 죄를 짓게 하셨는지 궁금하다’고 묻는 것입니다. 답하기 쉽지는 않지만 익숙한 질문이었습니다. 마침 《천사세계에서 온 손님들》 책자를 읽고 있었기에 하늘 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그 뒤로도 동기가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 답해주면서 안식일, 유월절, 재림 그리스도에 관해 말씀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동기에게 진리를 전하게 되면서 복음은 내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진행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동기가 진리를 기억하고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기를 기도드립니다.
훈련소 수료 이후, 운전병인 저는 야전수송교육대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았습니다. 행정반에 가서 조교에게 하나님의 교회 성도임을 밝히며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보고했으나 공간이 없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다가오는 일요일이 유월절인데 벌써 금요일이라 당황스러웠습니다. 규례를 지킬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나님께 정말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다음 날 생활관에서 안식일 오전 예배를 드린 뒤, 간부를 만나 사정을 말하려 했지만 막사를 아무리 둘러봐도 간부가 있을 만한 공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작정 막사 위쪽 큰 건물로 향했는데 건물 앞에 간부처럼 보이는 사복 차림의 두 남성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에게 “종교 활동에 관해 상담하고 싶다”고 하자 그중 한 분이 저를 건물 안으로 데리고 가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알고 보니 저희 중대 간부였습니다. 간부님은 작은 창고에서 예배를 드리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덕분에 그날 오후, 저녁 예배를 드리고 유월절과 부활절까지 은혜롭게 규례를 지켰습니다. 작은 창고에서 홀로 드리는 예배였어도 감사와 은혜가 넘쳤습니다.
이 외에도 하나님께서 도와주시고 축복을 내려주신 상황이 많습니다. 현재는 하나님 은혜로 매주 안식일에 부대 인근 시온에 가서 예배를 드립니다. 항상 저와 함께하시며 모든 길을 평탄케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군 생활을 하다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의 광야 여정이 자주 떠오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과 항상 동행하신 하나님께서는 홍해를 가르시고, 만나를 내려주시며, 구름 기둥과 불기둥으로 그들을 인도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은 헤아릴 수 없는 축복을 받으면서도 원망 불평 하다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군대에 있는 제게 너무나 큰 축복과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상황에 좌우되며 입대 전 다짐을 실천하지 못해 종종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상황이 아닌 하나님을 바라보며, 부족한 점은 기도로써 채우겠습니다. 1년 정도 남은 군 복무 기간, 항상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고 온전한 믿음을 가져 하나님께 기쁨을 드리고 영적 가나안인 천국에 꼭 입성하는 자녀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