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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아, 정말로 우리 아버지셨구나

2024.09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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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식구들과 등산을 다녀왔습니다. 체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등산 경험도 많지 않아서 산행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하나님께 기도드리고 등산길에 올랐습니다.

    햇볕이 그리 뜨겁지 않은 날씨였음에도 등산길 초입부터 땀이 비오듯 흘렀고 이내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두통까지 닥쳐 도중에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함께하는 식구들 덕분에 마음을 굳게 다잡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 결과 마침내 정상에 올랐습니다.

    앞에서 기다려주는 식구, 뒤에서 응원해 주는 식구, 튼튼한 나뭇가지를 주워주며 지팡이로 사용하라는 식구, 아픈 데는 없는지 신경 써주는 식구, 물이나 커피를 챙겨주는 식구 등 함께하는 식구들이 없었다면 저는 결코 정상에 오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내려오는 길에 너무 지쳐서 한 발짝 떼기도 힘들 때 문득 하늘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등산복 차림에 푹신푹신한 신발을 신고, 무릎보호대도 하고, 그리 무겁지 않은 등산 가방을 멘 데다, 힘이 되어주는 식구들이 곁에 있었음에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덕석 같은 무거운 양복을 입으시고, 밑창이 벌어진 구두를 신으시고, 돌 짐 같은 가방을 메시고, 함께하는 이 없이 오직 찬송가 곡조만을 벗 삼아 외로이 산길을 걸으셨을 텐데 그 길이 얼마나 힘들고 고단하셨을까요. 아버지를 떠올리니 저절로 눈물이 나왔습니다.

    고된 석수 일을 마치시고, 자녀를 살리시고자 험한 산길을 묵묵히 오르셨던 아버지. 그렇게 만난 자녀의 음성을 듣고 자녀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흡족하다셨던 아버지. 그 길을 37년 동안 어찌 걸으셨을까 생각하면서 문득 어떤 깨달음이 떠올랐습니다.

    ‘아, 정말로 우리의 아버지셨구나.’

    우리의 아버지셨기에 자녀들을 살리고자 당신의 몸을 희생하신 것입니다. 동시에 그 고난 길을 걸으셔야 했던 이유가 저의 죄 때문임을 생각하니 너무나 죄송했습니다. 안상홍님께서 우리 영의 아버지이심을 지식적으로 알았지만 마음으로는 온전히 깨닫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음에도 이를 당연하게 여겼고 감사할 줄 몰랐던 부족한 이 죄인 이제야 그 큰 사랑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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