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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해녀

2024.09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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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과 함께 제주도를 여행했다. 푸른 바다, 청명한 하늘,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기분이 좋아졌다. 검푸른 바다를 감상하다가 바다 위에 주황색 공들이 둥둥 떠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해녀들이 물질할 때 몸을 뜨게 하는 기구였다. 수영을 못하는 나로서는 깊고 넓은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들이 마냥 신기했다.

    다음 일정인 수족관에서 해녀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해녀는 산소통의 도움 없이 잠수복과 물안경, 오리발 같은 간단한 도구만을 착용하고 바닷속에 들어가 해삼, 전복, 미역 등을 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여성을 말한다. 깊게는 수심 15미터까지 내려가서 해산물을 채취하는데, 농구공이 찌그러질 정도의 압력이 가해진다고 한다. 해녀들은 어떤 마음으로 물질을 할까.

    해녀들은 보통 누군가의 어머니이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고요한 바다 밑에서 외로이 전복 하나 성게 하나를 찾아내는 해녀들은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아내로서 폐가 일그러질 듯한 수압을 견디며 물질을 하는 것이다.

    해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늘 어머니를 생각했다. 세상이라는 거친 파도를 헤치고 깊은 외로움을 견디며 자녀들을 위해 쉼 없이 수고하시는 어머니. 고통 속에도 자녀들을 찾아 헤매시며 얼마나 고달프고 외로우셨을까. 끝없는 사랑으로 자녀 위해 희생하시는 하늘 어머니께 감사를 올린다.

    그동안 온갖 핑계로 어머니의 걸음들을 모른 척했던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며 앞으로 장성한 자녀로서 어머니의 길을 함께 걸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세찬 파도를 혼자 감당하시지 않게, 깊은 수심의 외로움 속에 혼자 계시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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