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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함께 있어 행복

2024.08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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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 잠깐, 대학에 다닐 때 자취를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이제 나는 자유다!”라고 외쳤을 정도로 기쁘고 설렜다. 늦게 자도 뭐라는 사람 없고 무엇을 먹든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첫날, 자기 전 엄마와 영상통화를 했다.

    “엄마 없이 혼자 자는데 안 무서워?”

    “응, 하나도 안 무서워요. 무서울 게 뭐 있어요.”

    그때 엄마 옆에 있던 언니가 웃으며 말했다.

    “혼자 지내니까 그렇게 좋아?”

    “그럼, 당연하지.” 하며 소소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다른 사람들은 자취하는 첫날에는 엄마가 보고 싶고 외로움이 느껴져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다지 외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혼자 밥을 차려 먹으며 두어 달을 지내다 보니 요리하는 것은 물론 빨래하고 청소하는 것도 차츰 귀찮아졌다. ‘엄마는 이걸 어떻게 매일 한 거지!’ 하고 생각하며 엄마를 그리워했다.

    어느 날, 발목을 심하게 삐었다. 부모님은 곧바로 자취방으로 달려와 내 상태를 확인하고는 돌봐주었다. 부모님에게 너무 감사하면서도 죄송했다. 괜히 걱정 끼친 건 아닌지, 내가 이렇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있었는데 그동안 모르고 있었구나 싶어서. 그날 이후, 엄마는 매일 내 발목 상태를 묻기 위해 전화했고 치료를 잘 받으라고 당부했다.

    자취한 지 3개월쯤 지나서야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조금 복닥대도 한 공간에 있는 것, 바로 옆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됐다.

    우리의 영혼도 이와 같지 않을까. 처음엔 하늘 아버지 어머니를 떠나 이 세상에서 사는 게 좋아 보이고 즐거워 보일 수도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 한편에 공허함도 커질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 음성을 듣지 못하니 영혼의 갈급함이 느껴질 것이기에. 하나님의 자녀 된 우리는 하나님과 함께 있어야 살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

    무엇이든 자신이 경험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아주 잠깐의 자취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오늘도 시온에서 하나님과 함께하고 식구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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