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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내 영혼의 가시덩굴

2024.07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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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소 아끼던 스웨터를 입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봄날의 향기를 맡으며 걷던 중 누군가 내 팔을 잡아끌었다. 고개를 돌리니 가시덩굴에서 길게 뻗어 나온 줄기가 내 스웨터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안 돼!’

    재빨리 가시덩굴에서 스웨터를 떼어냈지만 스웨터는 이미 여기저기 뜯기고 올이 나가 엉망이 된 후였다. 경치를 구경하느라 가시나무를 못 본 내 잘못은 꼭꼭 숨긴 채 시청에 민원을 넣었다.

    며칠 뒤 그곳을 지나는데 조경 관리사가 큰 전지가위로 가시덩굴을 싹둑싹둑 잘라내고 있었다. 산발한 머리카락이 미용사의 가위질에 잘려나가듯 삐죽빼죽 튀어나온 가시덩굴이 조경 관리사의 가위질에 단정하게 다듬어졌다.

    정리된 나무를 보다가 내 모습을 돌아봤다. 아직 신의 성품에 이르지 못해, 내 나름대로 노력하고는 있지만 모난 성품과 성정을 스스로 잘라내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누군가 내 모난 성품을 다듬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먼지를 뒤집어쓴 채 묵묵히 가시나무를 다듬는 조경 관리사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작업복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아! 내게는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계시지. 내 죄악의 가시에 찔리시면서도 내 영혼이 아프지 않게 다듬어주시려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죄의 가시로 찔러대는 나를 사랑으로 품어주신 하늘 아버지 어머니 생각에 코끝이 찡했다.

    얼마 후, 다채로운 꽃들이 만개한 산책로를 걷다가 네모반듯하게 다듬어진 가시나무를 발견했다. 뾰족한 가시로 가득했던 덩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싱그러운 연초록빛 잎사귀를 온몸에 두르고 분홍빛 꽃 브로치를 훈장처럼 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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