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자
별 탈 없이 써온 세탁기가 갑자기 삐거덕거리더니 결국 고장 나고 말았다. 세탁되다 만 빨래들을 모두 꺼내 손빨래를 시작했다. 양이 많기도 했지만 물에 젖어 무거운 옷을 헹구는 일이 만만치가 않았다. 물기를 짜는 것은 더 힘들었다. 부피가 큰 옷은 손에 잘 잡히지도 않고 아무리 쥐어짜도 물이 뚝뚝 떨어졌다. 잠깐씩 쉬기를 반복하고서야 빨래를 겨우 끝낼 수 있었다.
욱신거리는 어깨와 팔다리를 주무르는데 친정엄마가 떠올랐다. 엄마는 빨랫감을 잔뜩 담은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냇가로 가시고는 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데다 자식이 6남매나 됐으니 빨아야 할 옷가지는 늘 넘쳐났다. 손이 시린 겨울이나 푹푹 찌는 여름에도 빨래는 오롯이 엄마 몫이었다. 냇가에 쪼그려 앉아 주무르고 비비고 헹구는 일도, 물기를 잔뜩 머금은 빨래 바구니를 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참 힘겨웠으리라. 평생 가족들 뒷바라지하며 서글픈 날이 많았을 엄마. 빨래터를 오가는 엄마 곁에서 종알종알 노래라도 불러드렸으면 덜 외로우셨을까. 엄마의 고생을 잠깐이나마 겪으며 엄마의 수고를 짐작할 수 있었듯이 하나님께서 걸어가신 복음의 여정을 뒤따르다 보면 그 희생이 얼마나 큰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과 늘 동행하며 작은 위로나마 드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